5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중학교 보건실. 한 학생이 얼굴을 찡그리며 아픈 발목을 내보였다. 평소 같으면 보건교사가 치료를 맡았겠지만 이날은 달랐다. 학교 근처에서 살비움한의원을 운영하는 정영재 원장(56)이 학교 ‘주치의’로 나선 것이다.
정 원장은 5월부터 매주 1회 화요일 오전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진료하고 있다. 이날도 학생 10여 명이 정 원장을 찾았다. 손목이나 발목을 삐거나 두통, 어깨통증, 목과 허리 디스크, 생리통 등 학생들의 증상은 다양했다. 정 원장은 학생들의 발목이나 손목, 얼굴 등에 일일이 침을 놓았다.
김정현 양(15)은 “필기도구를 쥘 수 없을 정도로 오른손이 아파 정형외과를 가려다 보건실을 찾았다”며 “처음이라 망설였는데 치료받고 나니 통증이 사라진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허리 디스크 증세가 있는 김호준 군(14)은 정 원장의 첫 교내 진료 때부터 빠지지 않고 보건실을 찾고 있다. 김 군은 “처음에 수술해야 하지 않을까 걱정하던 병원에서도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며 웃었다. 정 원장은 “한 번 오면 평균 17, 18명의 학생을 진료한다”라며 “다양한 증세를 호소하는 학생들에게 침 치료가 도움이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 지역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이른바 ‘한의사 교의(校醫)’ 활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성남시한의사회가 지난해 2학기부터 시작했다. 한방 진료를 희망하는 학교에 한의사들이 매주 1, 2회씩 정기적으로 찾아 학생들을 진료한다. 지난해 중고교 20곳에서 학생 1900여 명을 진료했다. 한의사 교의 활동은 학교의사(치과의사 한의사 포함)를 둘 수 있도록 한 학교보건법에 따른 것이다. 김효선 성남시한의사회 회장(52·여)은 “수업 중간에 외부 병원을 가기 힘든 점을 감안해 한의사들이 직접 학교를 찾기로 한 것”이라며 “각종 통증과 비염 등에 한방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남시한의사회가 교의 활동이 이뤄진 학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여학생의 89.9%가 생리 불순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62.5%가 뒷목 및 어깨 통증, 43.6%가 비염 증상 등이 있다고 말하는 등 각종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사 교의 활동에 대한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야탑중 김성경 보건교사(44·여)는 “한방 진료를 겸하니까 치료 효과가 더 크다. 좀 더 널리 보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한의사회는 한의사 교의 활동을 경기지역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광은 경기도한의사회 회장(52)은 “처음에는 봉사활동 차원에서 시작했지만 청소년 건강에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며 “경기도와 시군, 경기도교육청의 협조를 받아 활동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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