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등과 더불어 끊임없이 위해성 논란을 일으킨 물질이다. 특히 27명의 사망자를 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애경 ‘가습기메이트’에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함께 주성분으로 쓰인 물질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물질은 2012년 9월부터 유독물로 지정됐지만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방향제나 탈취제, 코팅제 등 위해 우려 제품에는 얼마나 들어가도 되는지 허용 기준치가 없는 실정이다. ○ 스프레이형 제품 “위해 우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분무기 형태로 쓰이는 방아쇠형(트리거형) 제품에서도 MIT가 94.86ppm 검출됐다. 이 역시 스프레이형(욕실, 화장실, 거실용) 방향제와 마찬가지로 호흡기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환경부는 해당 제품에 대한 퇴출이나 공개 여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13일 “이번 용역은 유독물 허용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사전 연구 성격이 강하다”며 이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위해성이 바로 나타날 만큼 MIT 농도가 높지는 않다고 봤다. 또 이 관계자는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에 기준치를 새로 만드는 작업을 맡겼다”면서도 기준치가 언제쯤 마련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겪고도 정부의 인식이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환경부가 직접 관리하는 위해 우려 생활화학제품 중 유일하게 MIT 농도 기준치가 있는 제품은 섬유유연제다. 섬유유연제가 빨래 이후 남아 있을 가능성까지 고려해 100ppm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하는 물티슈의 MIT 허용 농도도 같지만 위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 제품보다 호흡기에 직접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스프레이형 제품에서 더 많은 MIT가 검출됐는데 방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13일 국회 토론회에서 “수많은 희생자를 남기고 독성물질로 판명이 난 MIT를 비롯해 PHMG, CMIT는 생활화학제품에서 퇴출시켜야 하는 물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페브리즈도 이미 분석
이번 연구 용역은 시중에서 많이 팔리는 제품을 중심으로 한 만큼 최근 논란이 된 페브리즈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연구진은 페브리즈 성분 중에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논란이 됐던 디데실디메틸암모늄클로라이드(DDAC)의 경우 해외 연구와 규제 사례 등을 검토해 허용 기준치를 1800ppm 수준으로 둘 것을 제안했다. 이는 일반적인 소비자들의 제품 사용 패턴과 사용량, 분사 시간까지 고려해 정한 수치다.
실제 페브리즈에 포함된 DDAC 함유량은 1400ppm으로 해외 규제 기준치(3300ppm)와 국내 기준치(안)를 고려해도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생활화학제품의 올바른 사용 방법 등을 투명하게 공개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환경공학과 교수는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화학제품은 농도와 사용법을 맞게 써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데 정부는 논란만 덮자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생활화학제품에 유해물질이 있는지보다 농도와 사용빈도, 사용법이 더 중요한 요소다. 유해물질이 있다고 겁부터 낼 것이 아니라 환기가 잘되는 장소에서 적절한 사용 시간에 맞춰 쓰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러한 설명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것. 실제로 보고서는 해외에는 규제 기준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위해성 평가까지 거쳐 DDAC 농도 기준치를 제시했는데 정부는 5월 해당 물질은 국내 독성평가 자료가 없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을 덮기에 급급했다.
이에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에 참여하는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을 비롯해 우원식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 야당 특위 위원들은 13일 국회 토론회를 열어 화학제품의 포함 물질 공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산업안전보건법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제품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돼야 국민이 안심할 뿐 아니라 기업도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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