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수주 부진… 최근 3개월 사이 425명 구조조정
철수설까지 나돌아 위기감 커져… 전북도-군산시, 정치권 협조 요청
울산 거제 등 동남 해안권을 강타한 조선업 불황 여파로 전북과 군산지역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신규 선박 건조 물량 수주 부진으로 독(dock·선박을 건조 및 수리하는 공간) 가동 중단 가능성을 밝힌 데 이어 조선소 철수설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대책회의를 열었으나 자치단체 차원의 대책이 제한적이어서 위기감이 높아가고 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1조2000억 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독 1개를 갖추고 2010년 문을 열었다. 2012∼2015년 4조 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했고 700명의 직원과 80여 개 사내·외 협력사에서 40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은 7억800만 달러로 전북 수출의 8.9%를 차지했으며 그동안 360억 원의 지방세를 냈다. 인건비 1975억 원, 군산지역 가계소비지출 600억 원 등 생산유발효과는 2조2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조선 경기 불황으로 새로운 선박 수주 물량이 없자 군산조선소는 최근 3개월 사이에 퇴직 신청을 받아 425명을 구조조정했다. 현대중공업은 올 5월 효율이 떨어지는 독부터 가동 중단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다른 조선소(울산 삼호 미포)와 달리 독이 하나뿐인 군산조선소가 1차로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산조선소는 올해 13척(38만 t)이 배정돼 4척을 건조 완료했고 나머지 9척 가운데 8척을 올해 건조하고 1척은 내년으로 이월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7월부터 군산조선소에서 건조하기로 한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2척을 ‘울산 상황이 심각하다’며 울산조선소로 옮겨 배정했다. 이에 따라 추가 수주가 없으면 내년 4월경 군산조선소 독이 텅 비게 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전북도와 군산시가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정치권에 협조를 요청했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13일 국회를 찾아 군산조선소 구조조정 관련 지원을 요청했다. 12일에는 도청에서 군산시장, 도의원, 업계 관계자 등과 함께 회의를 열고 전북도와 도내 정치권·관련 기관이 군산조선소 구조조정에 대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군산조선소 독이 문을 닫는다면 지난 5년간 어렵게 일궈놓은 군산지역의 조선업 관련 인적 인프라와 설비 등이 모두 붕괴된다”며 “앞으로 신규 수주를 하더라도 한번 지역 조선업 생태계가 붕괴되면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독 폐쇄는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업 관계자는 “현재 조선업계의 어려움은 해양플랜트 사업 경쟁이 심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화물 운송의 대체수단이 선박 외에는 없어 극복 가능한 위기”라며 “향후 2년의 고비를 넘기고 기업이 당분간 버틸 수 있도록 정부의 지급보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송 지사는 “전문가들과 논의해 현대중공업과 정부에 군산조선소 실정에 맞는 건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전북도당도 논평을 통해 “군산조선소가 폐쇄되면 수천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전북경제가 큰 혼란을 겪게 된다”며 “전북도와 군산시는 지역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군산조선소 폐쇄설에 대해 정확한 진상을 파악한 뒤 정치권과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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