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옥시대표 존 리, ‘아이 안심’ 허위광고 혐의 등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5일 03시 00분


檢, 가습기 살균제 ‘1라운드 수사’ 마무리
옥시 외국인 임원 조사 못해 한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 출시 당시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 대표를 맡았던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48·사진)을 업무상과실치사·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리 전 대표는 유해성 검증을 하지 않고 가습기 살균제를 계속 판매하고 유통해 사람들을 숨지게 하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써 올해 1월 특별수사팀을 꾸려 제조업체 등을 상대로 벌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에 대한 검찰의 ‘1라운드 수사’가 약 6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검찰은 2005년 6월부터 5년간 옥시 최고경영자를 지낸 한국계 미국인 리 전 대표가 호흡기 질환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민원이 잇따라 제기돼 안전성 검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도 제품이 그대로 팔려 나가도록 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봤다.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납품한 H화학 정모 대표(72)와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제공한 C유통업체 대표 이모 씨(54)도 같은 혐의로 이날 불구속 기소됐다.

리 전 대표는 제품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제품 용기 겉면에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 사용’ 등의 문구를 사용해 허위·과장 광고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법 위반)도 받는다. 검찰은 이 광고가 소비자를 속인 것은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리 전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도 적용했다. 사기 피해액은 32억1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2011년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내놓은 이후 5년 만에 제조업체와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아쉬움도 일부 남는다. 사망자만 100명이 넘는 옥시 제품의 유통 책임 핵심인 리 전 대표의 구속이 좌절됐고 해외에 거주하는 옥시 전 외국인 임원들을 소환해 조사하지 못한 점 등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특별수사팀이 정부 역할을 규명하겠다고 나선 ‘2라운드 수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가 최초로 제조된 1996년부터 현재까지 20년간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 부처 실무진 등을 조사해 과실 여부를 밝힐 계획이다.

또 유해 화학물질 관리 실태와 법·제도의 허점을 짚어 개선 방향을 찾도록 충실히 수사할 방침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김준일 기자
#존리#옥시#가습기#살균제#수사#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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