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에서 3대째 건설업을 하면서 모은 건설 관련 각종 유물과 자료 등을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국토발전전시관에 기증하기로 한 손광섭 청주건설박물관장. 그가 1959년 발간된 희귀본인 ‘건설업자요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아깝기는요. 보다 시설이 좋은 곳에서 전문가들이 잘 관리하고 보존해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근대 건설의 역사를 볼 수 있게 된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습니다.”
충북 청주에서 3대째 건설업을 하면서 청주건설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손광섭 관장(73). 그는 박물관 등에서 보관 중이던 건설 관련 자료를 국토교통부가 건립을 추진 중인 ‘국토발전전시관’에 내놓기로 했다.
손 관장은 2001년 사재를 털어 청주시 서원구 분평동에 있는 자신 소유의 건물 3∼5층에 청주건설박물관을 만들어 조선시대 각종 건설 공구와 발해시대의 석등탑에서부터 근대 건설관련 자료 등 수천 점을 모아 교육시설로 개방하고 있다. 그는 “공영토건을 세운 아버지(손병선·1968년 작고)께서 회사와 관련된 사소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저도 그걸 이어갔다”라며 “제 아들(손인석·45·공영토건 대표)도 자료 모으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회사 지하에 자리한 박물관에 들어서면 요즘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건설 관련 물품과 자료들이 수두룩하다. 조선시대와 구한말에 사용하던 먹줄과 먹통, 용도에 따라 사용이 달랐던 다양한 크기의 톱, 콘크리트를 손으로 다질 때 사용하던 기구 등 각종 건설 현장에서 사용하던 도구들이 시대별, 용도별로 정리돼 있다.
또 광복 이후 손으로 쓴 각종 공사 입찰 서류와 입찰 공고문, 공사 도급서 등도 볼 수 있다. 특히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젊은 시절 모습을 비롯해 당시 국내 건설업체의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건설업자요람’은 아주 희귀한 자료다. 이 책 표지에는 단기 4292년(서기 1959년)으로 발간 시기가 적혀 있다.
손 관장은 당초 청주 외곽지역에 별도의 건물을 짓고 이 자료들을 옮길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다가 국토교통부의 국토발전전시관 건립 소식을 듣고 그곳에 필요한 자료를 모두 보내기로 했다. 국토부는 1945년 이후 국토개발과 도시계획, 주택, 건축, 철도·도로건설, 대중교통, 항공, 항만, 수자원, 해외건설과 관련한 문서 등을 31일까지 모으고 있다. 15일에는 국토부 관계자 등이 직접 청주건설박물관을 찾아 기증받을 물품을 조사하고 갔다.
손 관장은 “회사 사정으로 박물관을 지하로 옮긴 이후에 습도 관리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훼손되기 쉬운 문서 자료 등은 하루 빨리 기증해 보존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대째 건설업을 잇고 있는 손인석 공영토건 대표는 “할아버지 때부터 모아온 자료들이 오래도록 기억되고 알려질 수 있도록 하고, 저 역시 새로운 건설 관련 각종 자료 수집에도 관심을 갖고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 관장은 ‘다리’에도 큰 관심을 갖고 직접 전국의 옛 다리를 찾아다니며 2003년과 2008년 ‘천년 후 다시 다리를 건너다’ 1, 2편을 펴냈다. 10월경에는 국내에서 사라진 다리와 중국과 일본의 다리를 다룬 3편을 펴낼 예정이다. 손 관장은 2006년에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 닝안(寧安) 시 조선족소학교에 기숙사를 세워주고 충북도내 학교 및 기관과 자매결연을 주선해 조선족 어린이들이 우리글과 말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또 남몰래 불우이웃돕기에도 앞장서 2003년에는 한국복지재단이 창립 55년을 맞아 선정한 복지재단을 빛낸 55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손 관장은 “기증한 자료 이외에 남은 자료도 최선을 다해 잘 보관해 건설인은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볼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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