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장 선거 방식을 놓고 고통을 겪은 부산대는 요즘 막 퇴원한 환자처럼 들떠 있다. 비록 후유증은 남았지만 점점 활기를 찾고 있는 모양새다. ‘총장 직선제’라는 구성원들의 염원이 결국 이뤄진 게 원동력이다. 지난해 11월 직선제로 선출된 전호환 총장(58)은 교육부의 임명 절차를 거쳐 지난달 9일 공식 취임했다. 하지만 간선제를 고수한 교육부의 의지를 거스르기까지 아픔은 컸다. 교수들의 단식 농성에 이은 고 고현철 교수의 투신 등 구성원들의 희생은 한동안 씻기 힘든 상처로 남았다. 그만큼 새 리더가 된 전 총장의 어깨는 무겁다. 더욱이 올해는 부산대 개교 70주년이다.
전 총장은 15일 “많은 아픔 속에서도 묵묵하고 성실하게 직분을 다하며 인내해 준 대학 구성원들과 성원을 보내주신 시민들께 감사하다”며 “임명 전 6개월간 구성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해외 대학 총장들이 쓴 책 등을 읽으면서 부산대가 나아갈 미래가 무엇인지 열심히 연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부산지역 4개 국·공립대 통합’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던졌다. 부산대 부경대 부산교대 한국해양대가 통합 대상이다. 10여 년 전부터 부산 교육계에서 거론된 얘기지만 각 대학의 반감을 살 우려가 큰 만큼 실질적인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전 총장은 “우리나라 시도 가운데 4개 국립대가 있는 곳은 부산이 유일하다”며 “연합체를 구성해 대학마다 특성화 전략을 세워야만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총장이 민감한 문제를 화두로 꺼낸 건 급속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의식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는 “인구 통계상 2023년에는 국내 대학 2곳 중 1곳 이상을 줄여야 할 형편”이라며 “각 대학 간 유사·중복 영역을 통폐합하고 강점 분야는 특성화해 기능을 재조정하는 게 통합의 목표로 그에 따라 예산과 규모가 늘어나면 서울대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춘 대학이 탄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해당 대학과의 논의가 전제돼야 해 요원한 과제다. 이에 전 총장은 부산대 자체의 힘을 기르기 위한 방안도 따로 내놨다. 사물인터넷, 바이오, 신소재, 안전재난시스템, 해양자원 등 5개 분야를 핵심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 그는 “인문학과 기초학문 육성은 대학의 기본 사명이지만 한정된 자원으로 모든 학문에 골고루 투자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라며 “대학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대표 학문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 총장은 ‘순위’에 집착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는 “많은 대학들이 세계 100∼200위를 슬로건으로 삼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라며 “부산대 비전은 학생의 미래가 있는 대학, 시민으로부터 사랑 받는 대학”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의 본분을 다해 사랑 받는 대학이 되면 명성은 따라오기 마련이라는 의미다.
전 총장은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학·석사를 마치고, 영국 글래스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부산대 교수로 임용된 후 조선해양공학과 학과장, 공과대학 부학장, 첨단조선공학연구센터 소장을 거쳐 2014년까지 대외협력부총장을 지냈다. 대한조선학회 학술상, 부산과학기술상, 해양과학기술상, 국가녹색기술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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