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박’ 진경준 검사장이 어제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진 검사장은 게임업체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회장에게서 10억 원의 주식매각 대금과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복귀한 직후 제네시스를 받은 혐의다. 한진그룹을 압박해 처남의 청소용역업체에 130억 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준 파렴치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현직 검사장이 구속된 치욕 앞에서 검찰 구성원들은 고개를 들기 어려울 것이다. 68주년 제헌절인 어제는 ‘검치일(檢恥日)’이 돼버렸다.
3월 진 검사장이 156억 원 상당의 재산을 신고한 이후 양파 껍질처럼 벗겨지는 비리를 지켜본 국민의 감정은 의문에서 경악, 분노로 바뀌었다. 진 검사장이 금융조세조사2부장 시절 한진그룹 비리를 내사했다가 무혐의로 처리한 뒤 처남 몫의 일감을 요구한 사실까지 드러나자 약점을 잡아 이권을 뜯어낸 공갈배와 다를 바 없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국민으로부터 부패를 척결하고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위임받은 검찰이 그 자리를 이용해 ‘가족 비즈니스’의 배를 불리다니, 검찰 스스로 거악(巨惡)이 된 형국이다.
전국 1900여 명의 검사 중 단 49명만 오를 수 있어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현직 검사장이 첫 구속까지 이르게 된 데는 검찰 권력의 비대화가 작용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사의 법무부와 외부기관 파견 제한’을 공약했지만 18명의 검사가 청와대에 파견됐고 근무를 마친 10명 중 9명이 검찰로 복귀했다. 청와대 및 법무부와 검찰의 일체화 현상이 진 검사장 비리와 무관하다고 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국무총리 3명 중 2명을 검사 출신으로 앉혔다. 청와대가 법무부와 검찰 요직 인사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불만이 일선에 팽배하다. 견제받지 않는 검찰 권력과 검찰 간부의 정치화라는 현실이 ‘진경준 비리’의 토양이라는 비판도 무성하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고위직 검사가 상상할 수 없는 부정부패 범죄를 저지른 점에 대해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공개 사과했다. 김수남 검찰총장도 오늘 전국 고검장 회의를 열어 머리를 숙일 것이다.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가 철저한 진상 규명을 다짐했지만 곧이곧대로 믿기지 않는다. 검사직을 ‘비리 면허장’으로 여기는 검사가 진 검사장 외에 없다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자신할 수 있는가. 검찰 견제를 위해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같은 제도를 이번에는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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