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00]창원대의 자랑 기계공학부, ‘명품학과’인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8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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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군산 새만금군산자동차경주장에서 열린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에 참여한 창원대 자작자동차 동아리 ‘AK’와 ‘SKID’의 학생들이 대회 완주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창원대
2015년 7월 군산 새만금군산자동차경주장에서 열린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에 참여한 창원대 자작자동차 동아리 ‘AK’와 ‘SKID’의 학생들이 대회 완주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창원대
경남 창원시 의창구 정병산 자락에 위치한 국립 창원대(총장 최해범). 경남 유일의 ACE대학(학부교육선도대학)인 창원대 기계공학부 4학년 정성일 씨(25)는 입학 후 전공 공부 외에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한 게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그는 지능 로봇을 만드는 ‘햇귀’ 멤버. 햇귀는 지난해 제3회 자율로봇 경진대회(창원대 주최)에 2개 팀을 출전시켜 대상과 우수상을 차지했다. 정 씨는 “싸움 부분은 정해진 선 밖으로 상대 로봇을 밀어내거나 넘어뜨리는 대회인데, 차체설계, 센서코딩, 바퀴 선정 등 배운 전공지식을 모두 쏟아부어야 하고 창의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바퀴가 적으면 균형을 잡기 어렵고, 반대로 너무 크면 속도가 잘 나지 않는다. 몸체도 알루미늄으로 할지 다른 금속으로 할지, 내부 센서보드를 무엇으로 할지 고려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

같은 학부 3학년 조승현 씨(24)와 4학년 이영훈 씨(24)는 자작차(自作車) 동아리인 AK 와 SKID의 팀장이다. 두 동아리는 파이프로 만든 차체에 125cc 엔진을 장착해 오프로드용 차량을 만들어 3시간가량 주행하며 내구력, 속도, 안정성 등을 겨루는 국제대회와 국내대회에 매년 참가해왔다.

두 팀 모두 전통을 자랑하는 동아리로 매년 각 동아리마다 자작자동차 한 대씩을 만들어 내고 있다. 또 전통에 걸맞게 매우 수준 높은 차량을 설계하고 제작한다.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며 각각 2008년, 2010년에 국제대학생자작자동차대회에서 종합우승을 했다. 종합 3위, 디자인상, 논문상, 가속도상, 안정성상 등 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매년 10위안에 들어간다.

조 씨는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 동아리에 가입했으며 장래 취업분야도 자동차나 부품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도 “자동차에 모든 열정을 쏟아왔으며 이번 대회에 우승해 대학 정문에 현수막이 걸리는 것을 보고 싶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경남의 중심에서 아시아로 세계로!’를 지향하는 창원대의 자랑인 기계공학부. 이 학과는 국가 기계산업단지인 창원공단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창원공단은 1974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구미의 전자산업단지, 여수의 석유화학단지와 함께 설립된 기계산업 특성화 공단이다.

창원공단에 필요한 기계산업 인력을 보급하기 위해 만든 게 바로 창원대 기계공학과다. 이 학과는 2014년 교육부의 지방대학특성화학과(CK-1)로 선정됐다. 한마디로 ‘명품학과’라는 공인을 받은 셈. 미생물학과도 CK-1로 지정됐다. 창원대는 경남지역에서 유일하게 명품학과 2개를 보유한 것을 큰 자랑으로 여긴다.

기계공학은 공학의 기초 학문. 항공우주분야를 비롯한 첨단 분야는 물론 자동차 조선 건설기계 등 공학의 모든 분야와 연계돼 있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그 쓰임새는 더 넓어지고 있다.

그래서 시너지를 키우기 위해 창원대는 지난해 기계공학과와 기계설계학과를 합쳐 기계공학부로 확대 개편했다. 그런데 그 기계공학부는 더 넓은 규모의 메카트로닉스 학부에 속해 있다. 메카트로닉스란 ‘기계(mechanics)+전자(electronics)’를 합친 말. 기계와 전기전자 제어 등을 통합해 융복합의 대세를 반영하겠다는 창원대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창원대는 20년 전부터 메카트로닉스 학부를 운영해왔다. 기계공학부는 메카트로닉스 학부에 속해 전자 전기 제어 등 분야도 부전공 또는 연계전공 형태로 이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물론 다른 과도 마찬가지.

홍대선 기계공학부 학부장의 말.

“기계는 전통산업이다. 어찌 보면 변화하지 않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다보니 기존의 교육 내용과 방식을 고집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 산업의 발전 경향은 전통적인 기계 산업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다. 그래서 이 분야는 점점 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그걸 딛고 일어서려면 지능형 기계나 초정밀 기계, 신 에너지 산업 등의 융복합 산업처럼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해야 한다. 기계공학부는 이런 추세에 맞춰, 또 특성화 우수학과 사업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기계 산업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해 인재를 양성해왔다.”

학부는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면서도 전통적인 기계분야 교육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이는 창원대가 창원기계공단 옆에 위치한 입지적 여건과 관련이 있다. 4학년 김준환 씨(24)는 “커리큘럼에는 고체역학, 열역학, 유체역학, 정(靜)역학, 동(動)역학 등 공학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5대 역학이 모두 들어있다”며 “3학년 때 창원 공단의 업체에 가서 한 달 정도 실습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현업에서 일하다 온 교수들로부터 단순한 이론만이 아니라 실용적인 내용까지 배울 수 있다. 많은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 측도 현장 실습과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캡스톤디자인(capstone design)이 좋은 예다. 캡스톤 디자인이란 산업현장에서 부딪칠 수 있는 문제의 해결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졸업논문 대신 직접 설계해 만든 작품을 제출토록 하는 종합설계 교육프로그램. 학생들이 팀을 이뤄 로봇이나 자동차, 초소형 발전기 등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조영태 교수(생산공학·매뉴팩처링엔지니어링 전공)는 지난해 캡스톤디자인 수업 때 학생들과 정밀레이저 가공장치와 자동파이프 용접장치를 만들었다. 그는 삼성기술연구소에서 7년간 연구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누구보다 현장 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교수다.

기계공학부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산학트랙이 많다는 것. 산학트랙은 대학과 기업이 협정을 맺어 그 기업에 맞는 교과목을 이수하게 한 뒤 특채하는 형식. 창원대 산학트랙은 ‘EM코리아’ 산학 트랙과 ‘현대 위아’(기아차 부품조달 기업) 등 기존의 2개 트랙 외에 올해 5개가 더 생긴다. 경남도와 공동으로 지역중견기업 5곳과 함께 5개 산학트랙을 더 만들 예정이다. 취업난 시대에 학생들의 취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학부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특성화사업 및 우수학과 1단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간에 ‘Me-PSI : Mechanical engineers for Professional, Specialized, International’이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전국 최고의 국가 기계산단에 공급할 고급 인력 양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전공과정을 심화하고 장학금을 확대하는 한편 해외 교류도 강화할 계획이다.

학부는 80%대의 취업률을 자랑해왔다. 주요 진출 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STX조선해양, 두산그룹, 한화테크윈 등 대기업. 또 덴소풍성전자, 강림중공업 등 창원공단 내 중소기업도 포함된다.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원자력발전소,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재료연구소 등 공기업이나 정부출연 연구기관에도 진출하고 있다. 이 대학 황상원 홍보실장은 “최근 경기침체의 여파로 취업률이 다소 떨어졌지만 특성화 사업을 통해 취업률은 물론 취업의 질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기계공학부는 입시 때마다 대학 전체에서 인기 1, 2위를 다툰다. 그만큼 우수 학생들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입학 정원은 84명으로 꽤 많은 편이다. 장학금도 풍성해 2013년에 1학기엔 학생 1인당 105만 원, 2학기엔 122만 원씩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특성화사업단의 생활비 지원 장학금도 새로 생겨 재학생의 약 16%가 1학기에 50만 원씩을 받았을 정도.

학부의 2017학년도 입학정원은 82명(수시 정원내 51명, 정원외 6명, 정시 31명). 2016학년도 수시합격자 학생부 평균등급(학업우수자전형 기준)은 2.21등급, 정시합격자 수능 평균등급은 3.70이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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