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정신]국학 연구 대중화의 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0일 03시 00분


한국국학진흥원

경북 안동시 도산서원 부근에 있는 한국국학진흥원. 국학 연구와 대중화를 위한 노력이 활발하다
경북 안동시 도산서원 부근에 있는 한국국학진흥원. 국학 연구와 대중화를 위한 노력이 활발하다
올해 5월 베트남에서 열린 7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지역위원회(MOWCAP)에서 ‘한국의 편액’이 한국 처음으로 유네스코 아태지역 기록유산에 등재됐다. 189개 문중과 서원에서 모은 편액(현판) 550점을 신청한 결과다. 지난해 10월 ‘유교책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데 이어 두 번째다. 전통의 깊이와 품격을 인류의 유산으로 인정받은 의미 깊은 일이다.

이런 일은 한국국학진흥원(경북 안동시 도산면 퇴계로)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국학진흥원이 설립되기 이전에는 조선시대 목판을 비롯한 고서와 고문서 같은 국학자료는 어디서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도산서원에서 5km 떨어진 국학진흥원은 경북도가 1996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재단법인으로 설립했다. 직원 8명으로 시작한 국학진흥원은 설립 20년 만에 연구원 등 160여 명이 근무하는 국학연구의 산실로 뿌리내리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수집해 장판각에 보관하고 있는 목판. 이곳의 목판(유교책판) 6만4000여 장이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수집해 장판각에 보관하고 있는 목판. 이곳의 목판(유교책판) 6만4000여 장이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국학진흥원은 2003년 10월 ‘목판 10만 장 수집 운동’을 시작했다. 목판의 제작과 내용은 시대적 가치를 담아 소중한 유산이지만 방치되거나 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매우 많았기 때문이다. 전국 300여 개 문중과 서원 등에서 보관하던 목판이 모이자 2005년 장판각을 지었다. 장판각은 화재나 도난 염려 없이 목판을 완벽하게 보관할 수 있다. 2009년에는 목판연구소를 설립해 목판에 대한 체계적 연구를 하고 있다. 이 과정을 거쳐 모인 목판(유교책판) 6만4226장이 지난해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목판 수집과 함께 수집을 시작한 국학자료는 고서 13만6000여 권을 비롯해 고문서 22만8500여 건, 현판 1050개, 서화 3800여 점 등 현재 43만8000여 건에 달한다. 국내에서 가장 많다. 목판은 이 국학자료 가운데 한 분야이다. 국학자료 중 국보는 1점(징비록), 보물은 1092점, 시도유형문화재는 1918점이다. 삼국유사 목판 판각을 국학진흥원이 맡아 추진하는 배경이 이런 공신력 때문이다.

국학진흥원은 국학자료 수집 보관 관리에 그치지 않고 여기에 연구와 활용을 통해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 활발하다. 자료에 대한 정확한 번역과 함께 번역전문가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인 한문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다. 자료를 활용한 교육연수는 22개 과정에 연간 190여 회 개최한다. 교육연수의 한 가지로 어린이 교육을 위해 도입한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사업은 7년 동안 2000여 명의 이야기 할머니를 배출했다. 이들은 전국 6000여 개 어린이교육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학진흥원은 올해 설립한 국학정보센터를 통해 방대한 국학자료를 디지털 방식으로 바꿔 보관 활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다양한 문화산업에 쉽게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용두 한국국학진흥원장은 “지난 20년은 국학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이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국학이 대중적으로 널리 공유될 수 있는 토대를 다양하게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한국국학진흥원#국학#경북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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