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남벽구간 0.7km 다시 열려… 어리목-영실 등 5개 탐방로 연결땐
다양한 코스로 트레킹 명소 가능
한라산 정상을 탐방하고 성판악 탐방로의 진달래밭대피소로 향하는 등산객. 현재는 성판악 탐방로로 왕복하고 있지만 남벽구간이 재개방되면 다른 탐방로로 하산이 가능하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지역 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유산이자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한라산이 새롭게 변신한다. 그동안 탐방로가 단조로워 한정된 경관을 보여줬지만 백록담 남벽분기점에서 정상까지 남벽구간(0.7km)이 재개방되면 한라산 탐방이 ‘사통팔달’로 열린다.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지나온 50년을 평가하고 향후 50년에 대한 발전방안을 담은 ‘명품 한라산 가치 보전 100년 대계’를 최근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1986년 개설됐다가 낙석 등으로 1994년부터 출입이 통제된 남벽구간을 2019년 다시 개방한다. 남벽구간이 열리면 어리목, 영실, 돈내코, 성판악, 관음사 등 5개 탐방로가 모두 연결돼 탐방객을 분산시킬 수 있다. 현재 유일하게 정상 탐방이 가능한 성판악으로 탐방객이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교통 체증과 오수처리시설 부족, 환경오염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 사통팔달 탐방코스
남벽구간 개통으로 영실이나 어리목을 출발해 정상을 거쳐 관음사나 돈내코, 성판악 등지로 하산할 수 있고 반대 방향으로도 가능하다. 계절, 장소, 시간에 따라 변하는 한라산의 다양한 경관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민 요청으로 2008년 재개방됐지만 효과가 떨어졌던 돈내코 탐방로도 활성화돼 교통 편의와 함께 숙박 등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벽구간은 산철쭉이 붉은 융단처럼 펼쳐지는 장관이 일품이고 서귀포시 해안선 등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을 쪼갠 하천’이라는 뜻의 ‘산벌른내’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남벽구간은 거리가 짧지만 한라산 탐방의 ‘신의 한 수’로 불린다. 등산 취향에 따라 탐방로를 조합한 다양한 코스가 만들어지고 한라산국립공원 이외 트레일(Trail)인 제주올레길, 한라산둘레길 등과 연계한 2박 3일, 3박 4일 일정의 트레킹 상품 개발도 가능하다. 제주 동쪽 끝인 성산포를 출발해 한라산 정상을 거쳐 서쪽 끝인 수월봉까지 ‘동서종주’, 서귀포 외돌개를 출발해 정상을 거쳐 제주시 용두암까지 ‘남북종주’ 트레킹코스는 산악회 등에 의해 개발됐지만 그동안 남벽구간에서 끊겨 활용되지 못했다.
○ 세계적인 트레킹 명소 도약
제주시 애월읍을 출발해 정상을 거쳐 서귀포시 표선면까지 태극 형태로 길을 따라가는 ‘태극종주’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동호인이 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트레일 러닝’ 대회와 관련한 50km, 100km 등의 울트라 코스 개발이 수월해진다. 오문필 전 한라산등산학교 교장은 “그동안 산악회의 오랜 염원인 남벽구간 개방은 트레킹 메카로 가는 디딤돌이다”라며 “해외 원정을 위한 전문 산악인 훈련은 물론이고 국내외 탐방객들도 한라산의 매력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라산국립공원 측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남벽구간에 낙석을 방지하고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는 목재 덱 등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예산 15억 원을 내년에 반영할 계획이다. 남벽구간이 문화재보호구역이어서 문화재청과 문화재현상변경허가 절차도 밟는다. 한라산 정상은 1986년부터 서북벽, 1994년부터 남벽이 통제됐다. 동능 자연훼손 등으로 1996년부터 정상 탐방이 전면 통제됐다가 정비작업 등을 거친 뒤 2003년 3월 성판악, 관음사 탐방로를 통해 정상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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