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대입 준비]<2>15개 大 담당자가 밝히는 ‘학종’
동아리 활동, 전공 관련성보다 ‘무엇을 배웠나’가 중요
《 ‘학교생활기록부에 적힌 희망진로는 심리상담가인데 경제학과에 지원하면 불리하겠지?’ 정성평가라서 정답이 없는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에 지원할 학생이라면 흔히 하는 고민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동아일보가 15개 대학의 입학처장·입학본부장에게 심층 설문조사를 했다. 건국대 경북대 경희대 부산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세종대 아주대 연세대 이화여대 전남대 중앙대 충남대 한양대가 참여했다.》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려면 교과 성적이 꼭 좋아야 할까? 동아리 활동과 수상 실적은 지원 분야와 일치해야 할까? 학생과 학부모는 학생부종합전형에 궁금한 게 많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정성평가라 대학별 평가 기준도 다르고 합격생의 평균 스펙을 꼽기도 어려워서다. 대학별 평가 기준과 많은 합격 사례에 목말라 하는 이유다.
동아일보는 건국대 경북대 경희대 부산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세종대 아주대 연세대 이화여대 전남대 중앙대 충남대 한양대 등 주요 대학 15곳의 입학처장 또는 입학본부장에게 각 학교의 학생부종합전형에 관한 심층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15개 대학 입학처장·입학본부장들이 함께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심층 설문에 응한 건 처음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앞으로 대입정보포털 ‘어디가(adiga.kr)’에도 대학별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 지원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 전공 관련 활동 아니어도 발전했다면 좋은 평가
15개 대학 입학처장·입학본부장들은 모두 “교과 성적을 단순히 정량 평가하지 않고, 고교 간 격차도 반영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김응빈 연세대 입학처장은 “학생이 어느 지역 출신인지 어느 고교를 나왔는지에는 관심 없다. 내신이 1등급이냐 2등급이냐도 고려 요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정주 아주대 입학처장도 “고교가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라는 이유만으로 학생을 달리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이나 수상 실적이 반드시 지원 분야와 일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공통적인 반응이다. 서울대 입학본부는 “지원자가 선택한 동아리 종류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동아리 활동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관심을 기울인다”라고 말했다.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은 “다양한 분야의 수상은 학업 역량과 전공 적합성뿐 아니라 자기주도성과 인성을 보여 준다”라며 “다양한 영역에서 유사 활동을 했다면 지원자의 역량에 확신을 갖는다”라고 강조했다.
임경수 서강대 입학처장도 “단순히 전공과 부합하는 듯한 동아리 활동 이름보다 과정과 그 안에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병춘 전남대 입학본부장은 “어떤 학생은 전공에 맞추고, 어떤 학생은 흥미에 맞춰 동아리 활동을 한다”라며 “전공과 관련 없는 활동이어도 발전 가능성, 충실성, 도전성 영역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활동을 많이 하는 게 좋은 건 아니다. 이동일 세종대 입학처장은 “다양한 동아리에 참여했지만 방향성이나 목적의식 없이 단순히 참여한 거라면 학업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는 교과우수상은 의미 있게 보지 않는다고 했다. 백광진 중앙대 입학처장은 “교과우수상은 내신 성적 우수자가 자동으로 받는 상이라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라며 “과목별 경시대회, 각종 탐구대회, 토론과 글쓰기, 독서 관련 수상 등 학생의 학업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수상 경력은 의미 있게 본다”라고 설명했다.
○ 교사가 써 주는 ‘세특’ 제일 중요
각 대학은 담임교사가 학생부에 기재하는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을 매우 의미 있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찬규 건국대 입학처장은 “학생의 관심 사항, 수업 태도, 수행평가 과정을 볼 수 있어 매우 꼼꼼하고 의미 있게 본다”라며 “학생이 자기소개서에 기술한 내용과 함께 확인하며 역량평가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현민 부산대 입학본부장도 “학생에 대한 종합적 평가라 이를 통해 학생의 전반적인 학교생활을 파악한다”라고 말했다.
최 아주대 입학처장은 “정치외교학과에 지원하는 일반고 학생이 영어 내신은 4등급이지만 교사가 ‘원어민과 유머를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말하기 실력을 갖췄다’고 썼다면 지원자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김택중 충남대 입학본부장은 “학생의 수업 충실도, 지적 호기심, 전공 적합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 평가 요소”라고 했다.
중요한 건 양보다 질이다. 백 중앙대 입학처장은 “수업 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기재하는 데 그치거나 여러 학생이 공통적으로 썼을 것 같은 추상적이고 평범한 단어만 나열돼 있다면 (평가 요소로 삼기에)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학생부에 기재된 희망 진로와 지원 분야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안성진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고등학생 때 진로가 바뀌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대학도 충분히 이해한다”라며 “기재된 진로와 지원 분야 간 괴리가 있다면 자기소개서에서 전공에 대한 관심을 보여 주면 된다”라고 했다. 오성근 한양대 입학처장은 “심지어 (지원) 계열을 변경한 것도 충분한 이유가 설명돼 있다면 전혀 불이익이 없다”라고 말했다.
소논문이나 유명 교수의 외부 특강 수강 등은 중요하게 반영하지 않는다는 대학이 대부분이다. 김 연세대 입학처장은 “고교생이 쓴 소논문은 학문적 관점에서 큰 의미를 찾기 어렵고, 명사의 특강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는 학생의 변화를 알 수 없어 그 자체만으로 학생 역량을 평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철 경북대 입학본부장은 “학생부종합전형은 사교육이 발생될 수 있는 부분은 반영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소논문은 해당 고교를 통해 (작성) 과정이나 절차를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소서의 중요성은 대학 간 의견이 엇갈렸다. 남궁곤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학생부는 사건 중심 나열인데 자소서는 학생부를 잘 평가할 수 있게 인도하는 내비게이터다. 지원자의 성장 스토리를 잘 완성하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이 경북대 입학본부장은 “자소서는 평가에 별도 배점이 있는 서류가 아니라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활용한다”라고 했다.
대교협에서 제공하는 유사도 검색 시스템을 활용해 표절 가능성이 높은 자소서는 배제한다는 건 공통적은 반응이었다. 최 아주대 입학처장은 “표절이나 대필이 의심되면 지원자에게 전화나 e메일로 소명서를 구체적으로 제출하라고 요청한다. 그래도 확인이 어려우면 지원자의 고교로 실사를 나간다”라고 강조했다. 박 건국대 입학처장은 “누군가 대필해 준 자소서를 제출한 학생이 혹시 면접 대상자가 돼도 면접에서 활동의 진위를 심도 깊게 확인하므로 합격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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