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프라임 사업에서 중요한 건 대학 내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며 “실제 학생과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학교를 발전시켜 달라”라고 당부했다.
―선정된 이후 대학 분위기는 어떤가.
▽민 부총장(건국대)=“희비가 엇갈렸지만 선정된 만큼 혁신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 인문 사회계열은 '학교가 이렇게 변화되는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향후 미래 대학은 학과 간 장벽이 없어진다는 걸 실감하게 된 것이다. 또 사회 수요에 맞춰 언제든 정원 이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대학 사회가 받아들이는 것 같다. 교수 사회도 그간 우리과, 우리정원, 내가 가진 커리큘럼만 보다가 이제는 사회 수요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지, 좀 더 큰 틀에서 생각하는 것 같다.”
―프라임이 학생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줬나.
▽김 기획처장(인제대)=프라임을 준비하며 학생 200명을 모아 놓고 토론했다. 교수들과도 110차례 만났다. 학생들은 자꾸 인문은 줄이고 이공계는 늘린다는 단순한 생각을 하고 자기에게 피해가 온다고 생각했다. 자기 과가 없어지거나 줄어든다는 생각을 하는데 프라임을 통한 구체적인 변화들을 설명했더니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 변화를 지금은 못 느끼지만 투자가 되고 6개월만 지나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김 부총장(동의대)=우리 대학은 부품 소재 분야 혁신에 집중하려 한다. 부품 소재 분야는 무역수지에서 아주 중요하지만 해외 강국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분야다. 과연 그 속에서 대학의 역할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대 교육의 문제점은 실제로 직접 만들어 보고 시도해 보는 훈련이 무척 부족하다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3D(3차원) 프린터 제작 실습 등을 꼭 하게 할 방침이다. 실습 경험이 있으면 어떤 현장에 가도 크고 작은 제조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
▽정 부총장(건양대)=우리는 예약 학과를 만들려고 한다. 예를 들자면 독일의 최고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꼽히는 SAP와 예약 학과를 만들었다. SAP에서 말하길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해 주면 40명의 취업을 책임지겠다고 해서 해보자고 했다. 그냥 되는 게 아니고 대학의 상당 부분을 내놔야 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만들어지는 프라임 학과의 개념은 반은 대학이고 반은 기업인 형태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걸 대학이 만드는 게 아니고 처음부터 기업과 같이 만드는 것이다. SAP에서 6명이 나와 4개월간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 대학이 살아남으려면 그런 걸 더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김 부총장(순천향대)=프라임 사업은 대학의 브랜드를 대중에게 새롭게 인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홍보가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갖고 있는 교육과정 중 혁신적인 건 창업 교육과정이다. 창업 교육과정은 3학년이 되면 교실 수업은 없다. 그 대신 인문 계열 학생과 기술 분야 학생이 모여서 창업을 하게 된다. 한마디로 창업 실패 체험 교육이다. 처음 시도하는 거라 리스크가 있지만 이런 교육이 반드시 정규 교육과정보다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학생들의 문이과 교차 지원 허용에 대한 고민은 없나.
▽이 부총장(한양대 ERICA)=프라임의 특징은 인문계 대학생들에게도 많은 공학사 학위를 딸 수 있는 배움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문이과를 떠나 21세기형 4차 산업혁명 기반은 소프트웨어, 공학 기반이다. 우리는 8개 단과대가 있는데 단과대를 하나 더 설립해서 중심에 두고 인문·사회·예체능 학생도 다 와서 공학사를 딸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사실상 문과 학생 모두가 공학사 취득이 가능한 체제다. 프라임을 통해 학사 구조가 변화하면 10년 후 대학 랭킹도 변할 거라고 본다.
▽형 기획처장(상명대 천안)=문과생이 공과대에 들어왔을 때 중요한 건 졸업할 때 어떤 퍼포먼스를 갖느냐인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교수들의 헌신이라고 본다. 프라임 학과 역시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줘야 한다. 교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프라임이 대학에 갖는 의미는….
▽오 기획처장(숙명여대)=“오랫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해왔지만 획기적인 변화를 꾀하기는 힘든 면이 있었다. 프라임이야말로 학교의 변화 혁신을 위한 마지막 기회다. 반대 여론도 있지만 프라임을 지지하는 교수들을 적극 지원해서 이분들을 마중물 삼아 10년 후 변화를 꿈꿔 본다”
▽오 기획부처장(영남대)=프라임 사업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프라임이 학교 내실화의 계기가 돼서 여러 학과가 다 성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프라임 학과 학생뿐 아니라 여러 학생에게 행복감과 자존감, 인생의 즐거움을 줄 수 있게 하고 싶다. 예컨대 로봇공학과를 신설하면 만드는 학생만 재밌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모두가 즐거우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려 한다.
▽배 실장(교육부)=대학들이 프라임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초심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3년의 시간을 마중물 삼아 미래 대학의 모습을 보여 주길 바란다. ▼인문사회계열 정원 2500명 줄고 공학계열 4429명 늘어▼
프라임 사업 21개 大정원 이동
프라임 사업은 지난해 1월 교육부 업무계획을 통해 처음 신설이 발표됐다. 총 6000억 원 지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에 단군 이래 최대의 대학 지원 사업이란 평가를 받았다.
교육부는 사회 수요에 맞도록 대학의 구조를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대학들의 상당수는 이공계 정원을 늘리고, 상대적으로 취업이 쉽지 않은 인문사회계열 정원을 줄이려 시도했지만 일부 구성원의 반발에 부닥쳐 구조 개혁이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프라임 사업으로 막대한 재정 지원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면서 구조 개혁이 급속히 진행됐다.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21개 대학의 정원 이동 규모는 총 5351명으로 이들 대학 전체 입학 정원(4만8805명)의 약 1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인문사회계열 정원이 2500명으로 가장 많이 감소했고, 공학계열은 4429명이 늘었다. 선정된 대학들은 3년간 재정 지원을 받게 되고 이후 5년간은 사후 관리를 받을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와 대학이 교육개혁협약을 맺고 매년 각 대학이 제시한 목표치 달성도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업 이행 과제를 달성하지 못하면 다른 재정지원사업의 참여가 제한되거나 사업비 환수도 이뤄질 수 있다.
※프라임(PRIME) 사업
교육부의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이다.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 대학 사업(Program for Industrial needs-Matched Education)’으로, 이공계 강화와 인문사회계 감축을 통해 산업계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대학에 정부 예산을 지원한다.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21개 대학은 구조조정 비용으로 3년간 매년 50억∼150억 원씩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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