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고속도로에서 5중 추돌사고를 일으켜 40여 명의 사상자를 낸 관광버스 운전사 방모 씨가 그제 졸음운전을 했다고 시인했다. 그는 2014년 음주운전 세 번이면 2년간 면허가 정지되는 ‘삼진 아웃제’에 걸려 일용직 노동을 하다 올해 3월 면허를 다시 따 운전대를 잡았다고 한다.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사람이 졸음을 막기 위한 자기관리를 제대로 했을 것 같지 않다. 술 취한 듯 지그재그로 달리다 시속 105km 그대로 앞차를 깔아뭉개는 동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지면서 ‘대형차 공포’를 호소하는 소리가 높다.
음주운전도 위험하지만 졸음운전은 혈중 알코올 농도 0.17%로 운전하는 것과 같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소주 4잔을 마신 것과 같은 상태다. 특히 버스 사고는 1건당 사상자가 5.23명으로 승용차 사고 사상자(2.45명)의 2배 이상이나 될 만큼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승용차 운전자들에게 대형차 주변에서 운전하는 것을 피하라고 하지만 바짝 붙어 따라오는 대형버스나 화물차 앞에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미국에선 대형차량이 차선을 벗어나거나 앞차에 바짝 다가가면 경보음이 울리고 브레이크가 자동 작동한다. 일본은 대형차량 운전사의 졸음을 감지하는 센서를 차에 장치하고 있다. 독일에서 버스나 화물차 운전사는 하루 9시간 이상 운행 금지, 4시간 30분 운전 시 45분 휴식 등의 규정이 엄격히 적용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3년 8월 이후 생산된 버스나 화물차에 속도제한장치를 의무화했지만 불법 교체가 많아 유명무실해졌다. 강원지방경찰청이 23, 24일 영동고속도로에 암행순찰차량을 늘려 지정차로 위반, 난폭운전 등을 집중 단속한다고 밝혔지만 1일부터 이미 암행순찰차량을 투입했는데도 지정차로를 지키는 대형차량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국토교통부는 내년부터 출시되는 신형 버스와 화물차에 과속 방지 자동 브레이크를 다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기존 대형차량에 대한 대책은 없는 반쪽짜리 정책이다. 상습음주 운전사가 면허정지 기간이 끝난 뒤 버스회사에 재취업할 수 있는 자격요건이 4시간짜리 특별교통안전교육 이수가 고작인 것도 문제다. 어제 대형차량의 교통사고 방지 대책을 긴급히 만들겠다고 밝힌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여당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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