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입구에서 관광버스 운전사의 졸음운전으로 5중 추돌 사고로 41명의 사상자가 발생,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런데 해당 운전사가 과거 음주운전으로 세 번 적발돼 면허가 취소된 전력이 있다는 게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버스기사 A씨는 22일 “(이런 사고는)항상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버스기사 경력 25년이라는 A씨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버스 기사들이 모자라 초보자가 면허를 따도 버스운전 자격증만 구비하면 당장 오늘 오후부터라도 운전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운전 관련 범죄 경력에 대한 확인도 거의 안 한다고 전했다. 그는 “당장 노는 차가 있고 운전기사가 모자라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며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차량 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기사들이 모자라는 형편인데 그 이유는 급여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기본금 80만원~100만원 정도를 받고 나머지는 팁을 받아서 채워 넣으라고 한다. 한 달을 꼬박 일하면 200만원 정도를 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A씨는 관광버스기사 채용을 할 때 운전 실력이나 경력보다는 손님들에 대한 친절함을 더 보는 게 사실이라며 채용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아무래도 관광업종이다보니 손님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춤을 추고 노래도 한다. 가끔 악기도 다룬다”라며 “색소폰, 기타, 전자 오르간을 다루면 회사에서 A급으로 대우를 받는다”고 말했다.
영동고속도로 추돌사고를 일으킨 운전사가 졸음운전을 인정하며 전날 버스에서 잠을 잤다고 고백한 것에 대해 그는 “운전사에게 잘 곳을 제대로 마련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보통 관광지에 가면 기사에게 숙소를 제공해준다. 그런데 펜션, 리조트, 콘도 같은 곳은 기사에게 따로 숙소를 제공해주지 않더라. 그러면 손님들하고 잘 수밖에 없는데 손님들은 밤새 떠들고 노래하니 잘 수가 없다. 그래서 버스에서 자는 거다”라며 “나도 버스에서 자려고 침낭을 하나 샀다. 차 안 의자는 불편하니까 보통 트렁크에 들어가 침낭을 깔고 잔다. 관광버스 기사들은 통상적으로 다 겪고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 요즘엔 휴대폰을 많이 써야 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관광객이 운전사들에게 ‘여긴 어디냐’, ‘저기엔 뭐가 있는데 저건 뭐냐’ 등 질문이 많다. 그러면 운전 중이라도 스마트폰으로 검색할 수밖에 없다”라며 “또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손님이 다음에 또 부르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봉평터널 사고에 대해 “이번 사고는 기사님의 잘못도 있지만, 버스운전을 하는 기사로서 손님을 모시고 다니는 데는 너무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정부차원에서라도 보완하고 해결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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