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 세계대학평가 순위 올리려 ‘학과별 예산경쟁’ 붙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5일 14시 35분


매년 세계대학평가 순위 발표 때마다 열등생 신세를 면치 못했던 서울대가 대학평가 순위 도약을 위한 긴급처방에 나섰다.

서울대는 잠재적 성장가능성을 갖춘 학과를 선정해 대학의 세계적 위상을 끌어올린 ‘마중물 예산’을 투자한다고 25일 밝혔다.

서울대는 지난해 영국 더 타임즈 세계대학평가 순위에서 85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국내 대학 가운데서는 3년 연속 가장 높았지만 한 해 사이 35계단이나 추락했다. 아시아 주요국의 ‘국가대표급’ 대학인 싱가포르국립대(26위), 중국 베이징대(42위), 일본 도쿄대(43위)와 비교해도 한참 뒤쳐지는 수준이었다.

서울대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올해 ‘세계선도 중점학과 육성사업’ 예산 12억 원을 확보하면서 각 학과로부터 국제연구 프로그램, 해외석학 교류 계획 등이 담긴 사업계획서를 제출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대 내 90여 개 학과 가운데 언어학과, 경제학부, 정치외교학부, 화학부, 건설환경공학부, 전기정보공학부, 약학과 등 연구역량이 뛰어난 19개 학과를 선발했다.

이들 학과는 2021년까지 최소 60억 원을 사업규모에 따라 나눠 갖지만 매년 대학본부의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학과별 순위가 두 차례 연속 상승하면 인센티브를 통해 지원 금액을 늘려주는 반면 세 차례 연속 하락하면 지원 자체를 끊어버리는 삼진아웃제도 적용된다.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학과 가운데 차후 학과별 순위에서 두각을 보이면 ‘슈퍼루키’ 형식으로 지원대상에 추가될 수도 있다. 예산을 두고 각 학과들이 완전경쟁을 벌이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진리를 탐구해야 할 상아탑이 세계대학평가 기관들의 마케팅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학 평판을 높이기 위해 홍보비를 지출하다보면 오히려 연구성과를 높이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서울대 김재영 협력부처장은 “단순 홍보비, 인건비, 외유성 출장비 지출은 집행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규정해 연구성과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길호기자 ki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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