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이상 인구 5년 새 72% 증가…고령자 비율 가장 높은 곳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5일 14시 45분


“뭐 비결이랄 게 있나. 나물 반찬에 삼시 세끼 꼬박꼬박 잘 챙겨먹는 거지. 허허.”

수은주가 30도를 훌쩍 넘은 25일 오후. 충북 괴산군 장연면 미선로 5가 6길 전형적인 농가주택 툇마루에서 부채질로 더위를 식히던 김오분 할머니는 장수의 비결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김 할머니의 생년(生年)은 주민등록상 1916년이다. 올 11월 생일을 맞으면 만 100세가 된다. 그러나 실제 태어난 해는 1913년. 김 할머니는 “우리 땐 태어나자마자 죽는 아이가 많아 호적신고를 늦게 하는 게 보통이었어. 나도 진짜 나이가 세살 많아”라며 웃었다.

9남매를 둔 김 할머니는 셋째 아들 한춘남 씨(78)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첫째, 둘째는 먼저 세상을 떠났다. 몇 년 전 아내와 사별한 한 씨는 “어머니는 고기반찬은 입에 대지 않고, 항상 소식(小食)을 하신다”고 말했다. 대신 자연식 위주로, 식사를 거르지 않는단다. 한 씨는 “얼마 전 건강검진을 받으셨는데 치아 말고는 건강한 편이라는 결과였다”고 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인구 10만 명당 100세 이상 고령자 수는 괴산군이 42.1명으로 전국 시군구 중 가장 많다. 올해 6월 현재 괴산군의 인구는 3만8100여 명. 통계청 발표로 추산하자면 100세 이상은 16명이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5명 많은 21명에 이른다. 괴산군이 전국 최고 장수 마을로 떠오른 비결은 뭘까.

● “노인들이 만족하는 지원책에 중점”

괴산읍에 사는 김모 할아버지(76)는 ‘홀몸 노인’이다. 요즘 같은 찜통 더위에 끼니를 해결하는 게 큰 고역이지만 군(郡)의 지원으로 지역 종교단체와 자원봉사단체가 매주 가져다주는 반찬 덕분에 힘이 덜 든다. 김 할아버지는 “정성껏 만들어 배달해주는 반찬을 먹으면 정도 느껴지고 밥맛도 난다”라며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괴산군은 이처럼 65세 이상 결식 우려 저소득 노인들에게 식사 반찬을 배달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괴산군은 이외에도 노인위생용품 지원, 경로식당 운영, 단기 가사서비스 지원, 홀몸노인 응급안전돌보미 지원 등 노인들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시행 중이다. 박은순 괴산군 경로재활팀장은 “눈에 보이는 실적보다는 실제 혜택받는 노인들의 눈높이에서 그분들이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 “내 몸은 내가”…노인들끼리 동아리 활동도

“전에는 운동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요즘 또래 할머니들과 함께 걷는 재미가 쏠쏠해요.” 청안면에 사는 이광출 할머니(72)는 매일 저녁 동네 할머니들과 마을 주변을 30여 분 동안 천천히 걷는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걷다 보면 우애도 좋아지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이 걷기 모임의 이름은 ‘산 넘고 물 건너’다.

이들이 동아리를 만들어 건강에 관심을 쏟게 된 것은 괴산군 보건소의 ‘노인 건강 증진사업’ 덕분이다. ‘중풍 없는 100세 괴산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이 사업은 50개 마을을 선정해 노인들에게 혈압, 당뇨 등 ‘자기 혈관숫자 알기’를 교육해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게 돕는 것이다. 최경순 보건소 건강관리팀장은 “홀몸 노인들이 많은 농촌의 특성에 맞는 건강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니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 중앙(CC)TV에서 25일부터 괴산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촬영에 나설 정도로 천혜의 자연환경, 관광자원, 볼거리, 먹을거리도 장수의 비결로 꼽힌다.

● 음식은 절제, 감정은 만끽

통계청에 따르면 건강유지를 위해 관리를 하고 있다고 응답한 100세 이상 고령자는 60.8%(1920명)였다. 이들의 건강관리 비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식사 조절’(37.4%)과 ‘규칙적인 생활’(36.2%)을 통해 건강을 관리한다고 답했다.

실제 응답한 대로 100세 이상 고령자들은 절제된 생활습관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가장 좋아하는 식품군으로 채소류(53.6%)를, 가장 싫어하는 식품군은 육류(17.4.%)를 꼽았다. 또 전체의 72%가 술, 담배를 평생 입에 대지 않았다고 답했다.

반면 ‘희로애락’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즐거움이나 기쁨을 매우 잘 표현(16.5%)하거나 잘 표현(32.9%)한다는 응답자가 50%에 육박해 부정적인 응답(23.6%)에 월등히 높았다. 슬픔이나 노여움을 표현하는데 능숙한 고령자도 45.1%에 달했다.

괴산=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세종=박민우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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