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에 사는 황은지 씨(19·여)는 국군간호사관학교 신입생 모집에 지원했다. 황 씨는 “요즘은 SKY 대학(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가도 취업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친언니도 4년제 대학에 갔지만, 취업이 어렵다면서 교대나 간호대처럼 신분이 보장되는 대학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30일 국군간호사관학교 시험을 앞두고 있는 유하은 씨(19·여)도 비슷하다. 유 씨는 “일반 간호대학을 가더라도 똑같이 육체적인 노동을 하는데 간호 장교는 60세가 넘어서 연금을 받으며 살 수 있으니까 더 낫다”고 했다.
‘제복’입는 직업을 선호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직업 장교나 경찰 간부 등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는 학생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10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61기 국군간호사관학교의 전체 경쟁률은 51.69대 1로 전년도 경쟁률 35.57대 1에 비해 69% 상승했다. 85명을 모집하는데 4294명이 지원했다. 3023명이 지원했던 지난해보다 1300여 명이 늘었다. 학교가 4년제 대학으로 바뀐 1982년 이후 올해 경쟁률이 가장 높다. 특히 올해 남성 지원자 경쟁률(57.4대 1)은 학교가 최초로 남자 생도를 모집했던 2012년(94.3대 1) 이후 가장 높다. 남자 생도의 모집 정원은 8명밖에 되지 않는데, 450여 명이 지원한 거다.
23일 1차 학과 시험을 실시한 경찰대의 2017학년도 입시 경쟁률도 지난해(97대 1)보다 올라 113.6대 1을 기록했다. 여성은 10명만 모집하지만 경쟁률은 역대 최고로 높은 수치인 315.8대 1이다. 경찰대는 2015학년도부터 정원을 120명에서 100명으로 줄여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지만, 경찰대 지원자는 2015학년도부터 매년 늘어 올해 1만1364명이나 된다.
이처럼 사관학교와 경찰대의 경쟁률이 상승하는 이유는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취업난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취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졸업 후 신분이 보장되는 직업 장교나 경찰 간부가 되기 위한 대학을 택한다는 거다. 사관학교를 졸업하고나면 간호장교로 군인 신분을 보장 받을 수 있다. 경찰대 졸업생은 졸업 후 경찰 공무원 신분이 보장된다. 이들은 각각 군인 연금, 공무원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최근 취업난으로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육군 해군 공군 사관학교도의 경쟁률도 지난해보다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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