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진 섬마을에 클래식공연단이 직접 찾아간 사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31일 1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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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외진 섬에 클래식공연단이 찾아올 줄 몰랐어요.”

충남 보령시 보령항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가면 닿는 외진 섬 호도. 70가구가 사는 이 섬 주민들은 26일 오후 평생 잊지 못할 감동적인 공연에 매료됐다.

충청지역 주류 제조회사인 맥키스컴퍼니(옛 선양·회장 조웅래)가 운영하는 맥키스오페라단이 충남 서해 5개 도서지역을 대상으로 준비한 ‘뻔뻔(fun-fun) 힐링음악회’의 두 번째 공연을 본 것이다.

섬마을 주민들과 휴양 온 피서객 등 200여 명은 클래식에 뮤지컬, 연극, 개그 요소까지 섞인 오페라단의 공연에 덩실덩실 춤을 추며 즐거워했다.

이번 맥키스오페라단(단장 정진옥)의 공연은 3개월 전부터 준비가 시작됐다. 2007년부터 대전 계족산에서 4~10월까지 매주 토, 일요일 공연과 연 100여 회 찾아가는 공연을 해 오다 올 여름에는 도서공연을 준비한 것이다.

이들 8명의 단원은 외연도(25일)를 시작으로 호도(26일), 삽시도(27일), 장고도(28일)에 이어 30일 원산도 공연을 끝으로 마무리했다.

섬마을 음악회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예산(7000여만 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무대와 음향시설을 6일간 육지와 5개의 섬으로 매일 옮기는 것이 만만치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연도와 호도는 공연장까지 차량 운행이 안 돼 무더위 속에서 시설을 직접 옮겨야 했다. 충남도와 보령시도 공연 준비를 적극 도왔다.

호도 이장 강광식 씨는 공연이 끝난 뒤 주민들이 직접 잡은 소라와 해삼, 전복 등을 공연팀에 대접하며 “직접 섬까지 찾아와 평생 보지 못한 클래식 공연을 해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섬마을 어촌계와 주민들이 공연팀에게 융숭한 대접을 하자 섬마다 ‘대접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맹부영 충남도 해양수산국장은 “행정력이 미처 닿지 못하는 부문을 민간에서 도와줘 문화가 있는 섬으로 조성하자는 충남도의 정책이 다소 실현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음악회를 주관한 맥키스컴퍼니 조웅래 회장은 “섬 주민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공연을 즐겁게 본 후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 멀리까지 배를 타고 온 보람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문화혜택을 받지 못하는 구석구석을 찾아다닐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산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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