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인파 때문에 ‘한반도 생태축’으로 불리는 이 지역의 흙과 식물이 쓸려나가고 황폐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백두대간 보호구역 중 약 76만9566㎡에 달하는 지역이 풀 한포기 없는 황폐한 땅인 ‘나지(裸地)’로 나타났는데 이는 국제규격 축구경기장의 107배가 넘는 규모다.
녹색연합이 지난해 9월부터 두 달 간 백두대간보호구역 지리산 천왕봉~진부령의 마루금 등산로를 전수조사하고 이후 10개월간의 추가조사를 거쳐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녹색연합이 2001년에 백두대간 보호구역을 같은 방법으로 조사했을 당시 풀 한포기 없는 황폐한 땅이 63만3975㎡였는데 15년만에 약 13만6000㎡가 더 넓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황폐한 지역이 21%나 더 늘어난 것이다.
녹색연합은 백두대간보호구역 지리산 천왕봉~진부령의 마루금 등산로 중 군용도로로 지정된 향로봉~진부령 구간을 제외하고 총 732.92㎞에 달하는 구간을 46개 구간으로 나누어 전수조사했다. 각 구간의 등산로를 200m 간격마다 지형과 해발고 등의 입지조건과 등산로폭, 나지 노출 폭, 침식깊이 등을 확인했다.
전체 측점 중에서 나무 뿌리노출이 나타난 지점은 1539지점에 달했는데 이는 등산로 전체의 42.4%가 해당됐다. 암반노출이 나타난 지역도 전체 등산로 중 24.9%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01년과 비교해 조령~하늘재 구간과 궤방령~작점고개 구간처럼 사람이 많이 찾는 등산로를 중심으로 풀 한 포기 없는 땅 면적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은 “등산로 훼손은 단순히 노폭이 조금 넓어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지표 식물을 없애고 땅속 공기층이 사라져 물이 토양으로 스며들 수 없게 만들어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풀 한포기 없는 땅은 비가 조금만 오더라도 토사가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흙이 많이 유실될 뿐만 아니라 산사태 위험도 가중시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백두대간 보호구역을 제대로 된 관리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국가 보호지역의 등산로는 선진국과 같이 ‘예약탐방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등산인파를 규제하기 어려운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예약탐방제 도입을 위한 공론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보호와 이용 측면을 모두 고려해 등산로 정비와 식색 복원 작업, 탐방문화 개선이 모두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