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담임을 교체하려고 하는데요. 가능할까요? 우리 애가 선생님께 욕을 했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맞았다네요.’ 최근 한 학부모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여기에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가능하죠. 엄마들이 원하면 바뀌더라고요.’ ‘작년에 엄마들이 교장실 가서 항의했더니 2학기에 교체됐어요.’ 일부 학부모는 ‘임시 담임까지 1년에 3명의 선생님을 겪으면 아이도 힘들다. 참으시라’, ‘졸업할 때까지 아이에게 ‘담임 바꾼 애’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라고 조언했지만 많은 학부모가 담임 교체를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지지했다. #장면2. 지난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취임 2주년을 맞아 교사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 초등학교 교사는 빈번한 담임 교체 요구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이 교사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학부모가 담임 교체를 요구하는 건수가 되게 많은데 잘못이 있든 없든 요구가 들어오면 대부분 교체된다”며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오늘 민원이 들어오면 오늘 담임 자리를 내놓자. 그게 제일 낫다’고 할 정도로 사기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의 일거수일투족을 ‘평가’하고, 문제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보이면 담임 교체 요구를 통해 적극적으로 민원을 제기한다는 게 교육계의 전언이다. 이는 부적절한 언행을 한 일부 교사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비뚤어진 권익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 나이 많아도 ‘당신 나가!’
담임 교체는 학교장의 전결 사항이다. 언제 어느 교실에서 담임 교체가 일어났는지는 해당 학교장만 안다. 그렇다 보니 교육청이나 교육부도 모르고 관련 통계도 없다.
하지만 본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담임 교체 요구는 학교 현장에 이미 넓게 퍼져 있음이 드러난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31일 “요즘 학부모들은 심한 경우 단순한 교체 요구를 넘어 해당 교사를 다른 학교로 보내 달라는 강제 전출 요구까지 한다”고 말했다.
때론 특별히 ‘지은 죄’가 없는 교사도 담임 교체 요구를 받는다. 학부모로부터 ‘나이가 많다’, ‘친절하지 않다’, ‘무기력하다’는 평을 듣는 교사가 주로 그런 일을 당한다.
올해 서울 지역 한 초등학교에서는 퇴임을 3년 앞둔 한 남성 담임교사가 ‘리더십이 없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의 교체 요구를 받았다. 이 교사는 담임을 맡고 있는 2학년 아이들이 자신에게 압정 등 물건을 던지며 장난을 치고 무시하자 해당 학생들을 학교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러자 학부모들은 교장에게 “교사가 오죽 통솔력이 없으면 그랬겠느냐”라며 오히려 담임 교체를 요구했다. 현재 해당 학교는 교사에게 담임을 그만두라고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교총 소속 김희환 변호사는 “대부분의 학교는 이런 민원이 들어오면 교장 권한으로 담임을 바꾼다”라며 “민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부모들이 교육청과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고 그렇게 되면 학교로 조사가 나올 뿐 아니라 교장이 공식 답변서도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사들은 학부모의 집단적인 공격이나 특정 학생의 등교 거부 상황을 못 견딘다”라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병가를 내거나 휴직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전했다.
○ 강성 엄마가 문제… 법 실효성 의문
서울 지역의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 김모 씨는 “반에 ‘선생님을 바꾸자’고 주도하는 학부모가 한둘만 있어도 전체 분위기가 흔들린다”며 “이 경우 아이들이 ‘우리 엄마는 선생님도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돌출 행동이 더 악화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새로 맡는 교사는 기간제일 때가 많아 이 같은 행동을 바로잡기가 더 어렵다.
서울시교육청은 올 4월부터 교권 보호 전담 변호사를 채용해 교사들에게 법률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정혜민 변호사는 “넉 달 동안 63건의 교권 침해 사례를 접수했다”라며 “학생의 수업 방해나 폭언, 학부모의 악의적 민원이나 폭언이 가장 많았다”라고 전했다.
교육부도 일부 지나친 학생·학부모의 교권 침해와 교사들의 사기 저하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교원 예우에 관한 규정’을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으로 격상했다. 4일부터 시행되는 이 법은 폭행, 협박, 명예훼손을 비롯해 손괴, 성폭력 범죄, 불법 정보 유통 행위 등을 교육 활동 침해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이런 행동을 한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감이 정한 기관에서 특별 교육 또는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국교총 측은 “그러나 해당 규정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 사항이어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을 하는 등 좀 더 강력한 압박 수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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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2 00:14:06
임우선 기자님, 유익하면서 훌륭한 기사문 잘 읽었습니다. 매일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모릅니다. 꿈에도 알 리가 없죠. 마구 대하고 마구 말하고 마구 편한 대로 판단하고 마구 세상. 학부모나 학생들이 명백히 잘못해도 없었던 일로 해 주어야 하는 세상입니다. 그게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