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상자에 길이 30cm 도끼… 北비판-반북활동 중단 요구
경찰, 간첩 소행여부 수사… 서울 편의점서 발송한 남성 추적
북한이탈주민의 적응을 돕는 경기지역의 한 대안학교에 손도끼와 협박편지를 담은 상자가 배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지난달 22일 한 대안학교 교장 앞으로 손도끼와 협박편지가 담긴 택배를 보낸 남성을 뒤쫓고 있다고 2일 밝혔다. 배달된 택배상자 안에는 30cm 길이의 손도끼와 손으로 적은 A4용지 1장 분량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미국은 제국주의다. 미국 찬양하지 말고 북한 욕하지 마라. 교장은 탈북민을 상대로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강의를 하지 마라. 반북활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뒷목을 치겠다’는 등의 협박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김정일이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별도로 찬양하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상자를 받은 학교 측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편지에 이적 내용이 담겨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단순 협박사건이 아닌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보고 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택배 발신지를 추적해 같은 달 21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택배가 발송된 사실을 파악했다. 택배를 보낸 용의자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장갑을 낀 상태였다. 이 용의자는 택배를 발송한 뒤 편의점을 나와 택시와 버스를 여러 차례 갈아타고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남성의 뒤를 쫓고 있으나 아직 추가 행적이나 인적사항 등은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이 대안학교는 10여 년째 북한이탈주민의 국내 정착을 돕고 있다. 경찰은 이 학교의 탈북자 지원 또는 교장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강연내용에 불만을 품은 자의 소행이나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등의 소행으로 보고 있으나 대공 용의점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북한은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중단했던 남파 공작원 지령용 난수(亂數) 방송을 최근 재개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고 도주했다고 해서 단정적으로 간첩의 소행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며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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