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서 1박하며 외국인과 치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일 03시 00분


여름휴가 1→ 해외 못 나간다면 기분이라도…
자기집에 여행객 초대해 즐기고 남녀 즉석만남 펜션 이용도 늘어

직장인 최형욱 씨(29·서울 마포구)는 6월 말 서울 중구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1박을 했다. 최 씨는 서울에 월세방이 있지만 두세 달에 하루씩은 게스트하우스를 찾는다. 업무 때문에 해외여행을 자주 못 가는 대신 게스트하우스를 통해 서울 속의 ‘외국’을 직접 찾아간다는 것. 최 씨는 “다인용 침실에 묵으면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과 친해지고 해외 문화도 쉽게 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 머물면서도 해외로 떠나는 기분을 내려는 실속파 젊은층이 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수가 늘면서 국내에서도 외국 문화를 접하기 쉬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1300만여 명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게스트하우스에는 과거 거의 없었던 한국인 방문객이 몇 년 사이 열 명 중 한두 명꼴로 부쩍 늘었다. 1만∼3만 원대로 저렴한 가격에 휴식도 취하면서 외국인 여행객을 만나려는 일명 ‘도미토리(Dormitory) 여행족’이 생겨난 결과다.

자기 집에 여행객을 공짜로 재워주는 ‘카우치서핑’도 성행하고 있다. 카우치서핑(Couch Surfing) 중개 커뮤니티에서 여행객을 초대하는 ‘호스트’를 자처한 사람도 서울에만 5만 명이 넘는다. 서울에 사는 박지환 씨(25)도 외국인 여행객을 여섯 번 초대한 적 있는 카우치서퍼다. 박 씨는 “태국 여행객에게 2박을 제공했더니 현지 음식을 직접 해주기도 하고 태국 기념품 꾸러미를 답례로 주고 갔다”고 말했다.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서도 공항을 찾는 ‘공항여행족’도 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정모 씨(24·여) 커플의 단골 데이트 코스다. 정 씨는 “공항에 가면 여행을 떠나는 듯한 설렘을 느낄 수 있어 가끔 공항을 찾아 영화를 보거나 인라인 스케이트장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주요 관광지에서는 남녀가 현장에서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 주는 숙박업소도 늘고 있다. 젊은층이 주로 찾는 펜션과 게스트하우스 등에서 숙박객 간의 단체 미팅 자리를 마련하는 것. 최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의 한 펜션에 놀러 갔다가 이런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다는 직장인 김모 씨(30)는 “펜션에서 단체로 남녀 미팅 같은 걸 했는데, 친구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서 회사 동료들끼리 한 달 뒤 다시 그 펜션에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구특교 인턴기자 서강대 중국문화학 4학년
#여름휴가#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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