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일시불 구매 안된다니…소비자 기본권 침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자사 홈페이지에 단말기를 판매하면서 고객의 일시불 구매를 막고 있어 소비자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이통 3사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홈페이지 다이렉트몰 ‘유플러스숍’에서 전 기종 단말기에 대해 일시불 결제가 불가능하다. KT ‘올레샵’에서는 삼성 갤럭시S7, J7과 LG G5, 소니 엑스페리아 등 4개 기종을 제외하고 일시불 결제가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 T월드다이렉트에서는 일시불 결제는 가능하지만 카드결제 시 삼성카드만 이용 가능하게 하는 등 제약을 부과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부처는 이통 3사가 홈페이지에서 일시불 결제를 제약하는 등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가 ‘소비자기본법’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소비자기본법 19조에 따르면 사업자는 물품 등을 공급함에 있어서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이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거래조건이나, 거래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통사 관계자는 “단말기 구입 시 일시불로 결제하려는 고객들의 니즈가 거의 없는데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백(개통 후 현금으로 돌려받는 행위) 등 불법 마케팅 근절을 위해 현장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통 3사의 이 같은 ‘일시불 결제 불허 조치’는 최대 36개월 간 고객들을 붙잡아두면서, 연 6%에 육박하는 할부 이자 폭리를 취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통사별로 도입 시기에 차이는 있지만 2009년부터 단말기 구매 고객들에게 연 5.9%의 할부이자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 금리는 현재까지 낮아지지 않고 있다.

이통사는 △단말기할부채권을 유동화 하는데 투입되는 금융비용 △단말기할부채권 부실화 우려에 따른 보험 비용 △할부이자율을 정하는 주체는 카드사라는 이유 때문에 할부이자가 고리로 책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 등 이통사는 최근 들어 고객에게 단말기를 할부로 판매하면서 얻는 권리인 단말기할부채권을 금융회사에 할인해 넘기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이통사가 단말기할부채권을 카드·캐피털사에 판매했고, 이들 금융회사는 부실 가능성이 있는 할부 단말기라는 리스크를 짊어진 대가로 고객들에게 고리의 할부이자를 받아왔다.

1월부터 이통사가 단말기할부채권을 할인해 넘기지 않아 할부이자율을 낮출 유인이 생겼지만 지금까지 요지부동이다.

또 기준금리는 같은 기간 2.50%(2009년 1월)에서 1.25%(2016년 6월)로 반토막 났고, 단말기 할부금을 금융기관에서 빌려올 때 필요한 할부이자도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감소했지만 할부이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정책국장은 “통신사가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대량 공급받으면서 금융비용을 치르는데, 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이통사는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는 단말기 할부이자를 낮춰야만 한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