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교수들·졸업생, 최경희 총장 퇴진론 확산 “학교 명예 실추, 책임져라”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8월 3일 20시 30분


코멘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들 사이에서 최경희 총장이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으로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이 잇따르며 학내 분규가 커지면서 최 총장은 1일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일정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3일 학교 본관을 방문해 설립 철회를 주장, 현재 교육부가 이를 수용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하지만 이대교수들은 학내에 학생 진압을 위해 경찰병력을 1600명이나 투입한 점, 학교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점을 들어 최 총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3일 오전 이대 교수협의회 자유게시판에는 “총장이 모든 사태를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글이 게재됐다. 글을 작성한 익명의 교수는 “내에서 아무런 소통과 의견 조율 없이 밀실정치로 미래라이프 사업을 강행한 것, 이것을 반대하는 학생들을 불순 세력으로 매도하고 무력으로 진압했으며 이에 대해 거짓말로 덮으려 한 것, 대내외적으로 이화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킨 점 등 이 모든 것에 대해 총장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사퇴해야 한다. 구성원의 신뢰를 잃은 총장에게 더 이상 이화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교수도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을 철회한다고 보도됐지만 교육부 공문을 받기 전엔 확실치 않다.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묻는 성명서를 준비하고 있다. (다른) 단과대학들은 인문대를 본받아 계속 진행해 달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인문대 교수 43명은 2일 밤 ‘현재 이화여대 사태에 대한 인문대 교수들의 의견’이라는 성명서를 내고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은 잠정 중단이 아니라 폐기돼야 한다"면서 "총장은 1600여 명의 경찰병력을 캠퍼스에 불러들인 초유의 사태와 이 사실에 대해 거짓 해명을 함으로써 이화의 명예를 실추시킨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게시판에는 지난 2일 인문대 교수들이 성명서를 발표한 데에 이어, 3일 오후 사범대학 정교수들의 성명서가 올라왔다. 사범대학 정교수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 직원노조 당선인, 교협, 직원노조, 인문대학 교수 성명서의 내용에 동의한다”며 “평화시위 중인 학생들에게 경찰병력을 진압시켜 극도의 공포감을 조성한 비윤리적인 행태에 대해 총장이 사과하라”고 밝혔다.

한편, 미래라이프대학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이다. 학생들은 “학교의 ‘학위 장사’나 다름 없으며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로 반발, 지난달 28일부터 본관 점거 농성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평의회 소속 교수, 교직원 등 5명이 본관에 갇히는 상황이 발생했고, 급기야 지난달 30일엔 시설물 보호와 감금자 구조를 위해 학내에 경찰 1600여명이 진입해 파문이 확대됐다.

최 총장의 미래라이프대학 철회 발표에 이어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 역시 공식 성명서를 통해 “졸업생은 학교의 ‘미래라이프 대학 철회’ 발표를 환영한다. 이에 졸업생들은 이번처럼 민주적 절차를 밟지 않고 학내 사업이 진행되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학교가 대학내 구조적인 개혁안과 재학생과 졸업생이 참여하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주실 것을 요구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학교가 경찰을 동원해 학생들을 과잉진압한 사건은 이화의 역사에 부끄러운 일로 남을 것이다”라며 “학생들과 충분한 소통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경찰력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동원한 것에 대하여 최경희 총장님과 관계자분들께서는 후배인 재학생들에게 ‘유감’이라는 표현이 아닌, 진심어린 ‘사과’를 하며 보다듬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졸업생의 대 다수는 이번 사태로 학교 구성원의 신뢰를 잃은 총장에게 이화를 맡길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졸업생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총장이 강력하게 책임을 지고 총장직을 사퇴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한다”라며 “졸업생들은 재학생들의 모든 행위를 온 마음으로 지지하며,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의 철회와 더불어 앞으로도 모든 여성들에게 진정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이화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재학생들과 함께 학교의 제반 중요 현안에 대해 지켜보고 철저한 감시자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