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년수당 강행한 박원순, 속 보이는 대선행보 그만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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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어제 청년활동지원비 50만 원씩을 현금으로 2831명에게 지급했다. 취업 의지가 있는 저소득층 청년에게 6개월까지 월 50만 원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보건복지부는 즉시 중지 명령을 내렸다. 지방자치단체는 복지사업을 신설할 경우 복지부와 협의해야 하고 복지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조정 절차를 밟도록 사회보장기본법에 명시돼 있다. 서울시는 조정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서울시는 복지부의 시정 명령을 무시하고 복지부가 직권 취소하면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년취업난은 서울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으로 국가 차원에서 대처해야 할 문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청년취업활동 지원을 위해 6개월간 60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박 시장이 청년활동지원비 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여긴다면 더민주당을 통한 국회 차원의 논의로 전국적 시행을 추진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 서울시가 중앙정부에 맞서 투쟁하듯 강행하니 박 시장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는 것이다.

경기 성남에서도 이재명 시장이 가구 소득수준을 불문하고 1년에 100만 원씩 나눠주는 청년수당을 강행해 복지부와 갈등을 빚었다. 경기도의 제소로 성남시 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전국에서 성남시는 기초시군 중, 서울시는 광역시도 중 가장 부자다. 정부교부금을 받지 않고 있으니 정부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다른 지자체는 하고 싶어도 역부족인 사업을 강행해 중앙정부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참 볼썽사납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고려해야 한다.

청년활동지원비로 돈을 받는 청년들이야 당장 공돈이 들어오니까 좋아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채용과 연계가 부족해 돈을 들인 만큼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 시장이 성과도 불투명할뿐더러 위법으로 판결이 날 수 있는 사업을 강행한 것은 내년 대선 출마를 겨냥한 포퓰리즘 조치로 볼 수밖에 없다. 차라리 청년수당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보는 것이 대권을 꿈꾸는 사람의 올바른 자세다.
#박원순#청년활동지원비#청년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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