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극초음속 분야 연구 ‘46세 늦깎이 유학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8일 03시 00분


공근식씨, 러 격월간지 표지인물로

공근식 씨(왼쪽)가 옛 은사인 배재대 박종대 교수를 찾아 러시아 유학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배재대 제공
공근식 씨(왼쪽)가 옛 은사인 배재대 박종대 교수를 찾아 러시아 유학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배재대 제공
러시아에서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발행되는 격월간지 ‘자유로운 비행’은 5월호 표지인물로 한국인 유학생 한 명을 소개했다. 12쪽에 걸친 커버스토리의 주인공은 배재대를 다니다 러시아로 유학 가 모스크바물리기술대를 수석 졸업한 공근식 씨(46).

공 씨는 가정 형편으로 친구들이 고교에 다니며 대학 진학의 꿈에 부풀어 있던 17세 때 고향인 충북 영동군 심천면에서 수박 농사를 시작했다. 수박 팔아 동생 2명을 모두 대학에 보낸 억척 청년은 공부의 꿈을 접지 않았다. 틈틈이 야학을 다녀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2004년 34세의 나이로 배재대 전산전자물리학과에 입학했다. 영동에서 대전까지 통학을 하면서 막내 동생뻘 되는 동기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러시아 유학을 결심한 것은 3학년 때 배재대에 교환 교수로 온 고려인 러시아 교수와 연구원을 만나면서부터다. 러시아의 언어와 문화, 학문에 매력을 느낀 그는 휴학을 하고 유학 준비에 들어가 2010년 모스크바물리기술대에 들어갔다. 물리학 분야에서 꽤 유명한 대학이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밤낮으로 공부에 매달린 결과 수석 졸업의 영예를 안았다. 3학년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의 성적은 전 과목 A+였다. 졸업논문 ‘화학 변화를 고려한 우주 발사체의 성능 향상 계량화’는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모든 수업을 스마트폰으로 녹음한 뒤 수십 번 반복해 들으면서 필기와 구술시험으로 나눠 진행되는 중간 및 기말 고사에 철저히 대비했어요.”

그는 9월 모스크바물리기술대 대학원에 진학해 국내 학계의 연구가 부족한 극초음속(hi-hypersonic) 분야를 공부할 계획이다. 이 분야 가운데 항공 미사일 분야 필수 기술인 마하 30∼100 미만의 플라스마 현상은 그가 집중 연구할 주제다. 잠시 귀국해 모교인 배재대를 방문한 공 씨는 안정성만을 추구하는 국내 젊은이들의 경향에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와 보니 대부분의 대학생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어요.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국내에만 머물려 하지 말고 해외로 나가 관심이 있거나 미래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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