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들강 여고생’ 15년의 恨 풀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8일 03시 00분


나주 성폭행 살인 30대 피의자… 檢, ‘태완이법’ 첫 적용해 기소

15년 전 딸을 살해한 진범이 기소됐다는 소식을 들은 엄마(59)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한동안 조용히 눈물만 흘렸다. 범인이 기소된 날(5일)은 딸의 생일이었다.

“교도소에 있는 범인이 모범수로 출소하려는 꿈을 꾼다는 말을 들었는데 진정한 반성 없이 출소한다면 다른 사람이 또 희생될까 걱정됐다. 15년 동안 힘없는 사람은 당하고만 살아야 되느냐는 한이 맺혔는데 이제 억울함이 풀린 것 같다.”

2001년 2월 4일 전남 나주시 드들강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박모 양(당시 17세)의 살해범이 우여곡절 끝에 15년이 넘어서야 밝혀졌다. 박 양의 억울한 죽음이 밝혀진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박 양은 사건 당일 광주 남구의 집에서 인터넷 채팅을 하다 오전 1시 15분 집을 나섰다. 2시간 뒤 동네 오락실과 식육점 앞에서 한 남자와 만나는 모습이 이모 씨(36) 등 주민 2명에게 목격됐던 박 양은 오후 3시 반 동네에서 15.5km 떨어진 드들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주검의 다리와 손목에는 멍 등 성폭행 흔적이 있었다. 부검을 실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범인이 수심 50cm인 드들강에서 박 양을 목 조르며 익사시켰다고 결론지었다. 경찰 과학수사팀은 시신에서 혈흔을 확인했고 성폭행 흔적이라고 판단했다. 범인이 옷을 벗겨 시신을 물속에 넣는 방법으로 증거를 인멸해 확보된 유일한 증거는 그의 체액(DNA)뿐이었다.

나주경찰서는 탐문 수사를 벌이고 DNA를 대조하며 수사했지만 범인을 잡을 수 없었다. 박 양의 아버지는 2009년 딸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11년이 흐른 2012년 대검찰청이 범인의 체액이 2003년 전당포 주인 이모 씨(당시 63세) 등 2명을 살해해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 김모 씨(39)의 것과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다. 김 씨의 유전자 확보는 성폭행범 조두순 사건이 터진 뒤 2010년 개정된 일명 ‘DNA법(범인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으로 재소자들까지 유전자를 채취해 가능했다.

유전자 증거에도 김 씨의 거짓말로 수사는 제자리를 맴돌았다. 김 씨는 “드들강 사건이 터지기 2, 3일 전에 박 양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김 씨를 강간살인 혐의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송치했으나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라는 그의 주장을 깨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2월 억울한 죽음을 풀어 주기 위해 재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시신·부검 사진 100여 장을 꼼꼼히 분석해 시신 하혈은 생리혈 이라는 단서를 발견했다. 검찰도 올 2월 박 양의 억울함을 풀어 줘야 한다며 재수사에 무게를 실어 줬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살인 등 강력 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일명 ‘태완이법’ 덕택에 사건 발생 살인 공소시효인 15년이 넘어서도 계속 수사할 수 있었다.

김 씨의 범행을 입증한 결정적 증거는 “사건 2, 3일 전 만나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라는 거짓말이었다. 법의학자 이모 씨(70·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생리혈과 체액이 섞이지 않았다는 것은 박 양이 성폭행을 당한 직후 살해된 증거”라고 했다. 사건 발생 2, 3일 전 성관계를 가졌다면 생리혈과 체액이 섞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김 씨의 교도소 사물함에서 알리바이 조작용으로 추정되는 사진 여러 장을 찾아내고 동료 수감자 증언도 확보했다.

광주지방검찰청은 김 씨를 박 양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강간 등 살인)로 추가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기소는 ‘태완이법’이 적용된 첫 사례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나주#성폭행#살인#태완이법#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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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추천 많은 댓글

  • 2016-08-08 08:55:08

    그게 뭐그리 대단한거라고 사람까지 죽이나? 그것도 잔인하게.. 까마귀가 아무리 물속에서 씻어도 백로가 안되듯이 타고난 피는 수입약품으로도 세탁이 안되나보다. 고인의 명복을빈다.

  • 2016-08-08 07:44:05

    그래 밝혀내서 뭐가 달라지는데요? 무기징역 받은놈 추가혐의 밝혀내서 사형이라도 시키나요?

  • 2016-08-08 12:21:44

    끈질긴 수사에 극찬을 보낸다.보라 전라도의 살인 성폭행사건이 법보다 행동을 먼저라는 폭력적이 습성 때문이다.흑산도 여교사 성폭행사건.장애인 성폭행 도가니 사건.나주 드들강 성폭행사건 .율포 나룻배 여대생 살인가건 등은 518 정신에 근거를 한 깡패 양아치 폭력적정신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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