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어린이병원’ 확대…소아청소년과 의사들 반발,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8일 16시 02분


휴일이나 야간에 아이들이 진료받을 수 있는 ‘달빛어린이병원’이 내년 1월부터 크게 늘어난다.

보건복지부는 현행 11곳인 달빛어린이병원을 확대하기 위해 이 사업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을 크게 완화하고 재정 지원도 늘린다고 8일 밝혔다. 복지부는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일선 병의원을 상대로 참가 의향 조사를 한 뒤 10월 달빛어린이병원 신규 공모를 추진해 내년 1월부터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달빛어린이병원은 매일 평일에는 오후 11~12시까지, 휴일에는 최소 오후 6시까지 소아과 진료를 하는 병원이다. 그동안 휴일이나 야간에 문을 여는 병원이 드물다보니 아이가 아프면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상당수가 감기 등 가벼운 증상이라 다른 응급환자에 밀려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다. 복지부는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2014년 9월 달빛어린이병원 시범사업을 벌였다. 시범사업 당시 병원을 방문한 10명 중 8명(80.7%)이 ‘달빛어린이병원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재방문 의사가 있다’는 답변도 88%에 달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달빛어린이병원을 30곳 늘릴 계획이어지만 현재 운영 중인 달빛어린이병원은 전국에 11곳뿐. ‘동네 소아과가 몰락할 수 있다’는 소아청소년과 개원의사들의 반발로 사업에 병원의 참여가 저조했던 탓이다.

이에 복지부는 일선 병의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크게 완화했다. △병의원 1곳에 여러 명의 촉탁의가 순환 당직을 서는 경우 △인접한 여러 병의원이 돌아가면서 야간이나 휴일에 진료하는 경우 진료 △주7일 운영이 어려울 경우 평일 주3일 이상 또는 휴일 포함 최소 2일 이상 운영하는 경우도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기존에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명을 갖춘 병원 중 연중 내내 휴일 및 야간 진료가 가능한 곳만 참여할 수 있었다. 또 소아과 전문의가 신청하는 않는 지역에 한해 소아진료가 가능한 다른 전문의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또 재정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에 지급했던 달빛어린이병원 1곳당 연간 1억8000만 원의 보조금을 없애는 대신 야간 및 휴일 진료 시 환자 1명당 평균 9610원이 가산되는 건강보험 수가를 신설해 적용한다. 이에 따라 병원 1곳당 추가 수입은 연간 4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환자 본인부담금도 평균 2690원 늘어난다. 복지부는 내년 1월부터 참가 병원 수가 100곳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반발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소아과가 아닌 내과, 가정의학과 전문의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소아과 환자가 제때 제대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사업 취지와는 먼 방안”이라며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정부가 밀어붙인다고 사업이 제대로 굴러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달빛어린이병원에 참여하려는 일선 병의원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참여를 반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김호경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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