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前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 검경, 집념의 재수사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8일 17시 28분


15년 만에 범인을 기소한 영화 같은 드들강 살인사건은 패배를 인정한 검경의 집념어린 재수사와 70대 원로 법의학자의 끈질긴 분석으로 해결된 것으로 드러났다.

드들강 살인사건은 2001년 2월 4일 전남 나주 드들강에서 여고생 박모 양(당시 17세) 알몸 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범인은 당시 영상0도 엄동설한 추위에 강물에서 박 양을 목 졸라 살해했다. 범인은 차가운 강물에서 박 양의 옷, 금반지를 벗기며 지문, 머리카락 등을 지워 신원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박 양의 시신에 남은 체액은 지우지 못했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2012년 8월 박 양의 시신에서 발견된 체액이 전당포 주인 등 2명을 살해한 뒤 알몸시신으로 암매장해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 김모 씨(39)의 것과 일치한다는 검찰의 통보를 받았다. 김 씨의 유전자 확보는 성폭행범 조두순 사건이 터진 뒤 2010년 개정된 일명 DNA법(범인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으로 재소자들까지 유전치를 채취해 가능했다. 경찰은 당시 김 씨의 DNA가 확보된 만큼 김 씨를 조사해 강간살인혐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 단죄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DNA는 간접 증거에 불과했다. 김 씨가 ‘드들강 살인사건 발생 2,3일 전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고 죽이지도 않았다’고 오리발을 내밀자 수사는 난항에 부딪쳤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2014년 10월 혐의 없음 불기소 처분을 했다. 김 씨의 오리발에 검경이 패배한 것이다.

경찰은 지난해 2월 드들강 성폭행 살인사건 재수사에 착수했다. 이례적인 재수사 배경은 김 씨의 DNA라는 명백한 간접증거가 있는데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컸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박 양의 부검사진 등 100여장을 받아 한 달간 분석했다. 그리고 드들강에서 인양한 박 양의 시신에 묻은 혈흔은 생리혈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사람이 숨을 거두면 심장이 멈춰 상처에서는 피가 많이 나오지 않는데다 시신이 강에 빠져있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박 양의 친구에게 그가 실종 전날 생리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생리를 하던 박 양의 시신에 체액이 남아있는 것은 김 씨의 2,3일 전 화간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입증한다며 기소의견으로 광주지검에 사건을 송치했다.

광주지검은 올 2월부터 경찰과 합동 수사체제를 구축해 드들강 살인사건을 전면 재수사했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살인 등 강력 사건의 공소시효는 폐지한 일명 ‘태완이법’ 덕택에 살인 공소시효인 15년이 지났지만 자신 있게 수사할 수 있었다. 검경은 동료수감자 증언, 김 씨의 알리바이 조작목적용 사진 등을 확보했다. 그러나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

검찰은 6월 말 이정빈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70)에게 드들강 살인사건 감정을 의뢰했다. 이 교수는 20여 일 동안 드들강 살인사건 관련 서류를 10여 차례 읽었지만 결정적 단서를 찾지 못했다. 그는 지난달 20일경 검찰에 ‘사건 해결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통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백기를 들기 전 마지막 검토를 하자며 서류를 꼼꼼히 검토하던 중 생리혈과 체액이 섞이지 않았다는 보여주는 증거를 발견했다.

의문을 느낀 이 교수는 비닐봉투에 혈액과 체액을 넣어 실험을 했다. 7시간 동안 혈액과 체액은 섞이지 않았다. 하지만 비닐봉투를 나무합판에 올려놓고 천천히 흔들자 3분 만에 혈액과 체액이 혼합됐다. 이 교수는 김 씨가 박 양을 성폭행한 직후 바로 살해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기소할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 이 교수는 “억울함 죽음을 당한 박 양의 원통함을 풀어주기 위해 검경이 집념을 갖고 재수사를 해 미궁에 빠질 뻔한 드들강 살인사건을 기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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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 2016-08-09 05:26:59

    날샌 법돌이 방망이 근거라 할 과학적 사실이 불분명하여 무죄로 판결 하노라 탕탕 방면 할거다 황제도 제멋대로 못한 결단을 대한민국의 법돌이는 제놈들 맘대로 봉홧불 도리는데 천적이 없는 판돌이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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