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교육으로 수포자 없는 학교 만들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9일 03시 00분


금산군 ‘수학몰입캠프’ 9년째 운영
수학 문제 씨름하며 원리 깨달아… 학생들 자신감 생기며 성적 ‘쑥쑥’

한빛찬 코치(가운데)가 수학몰입캠프 3일째인 7일 캠프에 참가한 한 학생에게 질문을 하면서 학습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한빛찬 코치(가운데)가 수학몰입캠프 3일째인 7일 캠프에 참가한 한 학생에게 질문을 하면서 학습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제 수준보다 높은 2등급 문제(수열 극한의 활용)를 1시간 씨름한 끝에 풀었더니 비슷한 수준의 다른 문제들의 해법이 보이기 시작해요.”

7일 오후 충남 금산군 진산면 레드스쿨(중고교 과정 대안학교)의 ‘수학몰입캠프’ 현장. 5일부터 3일째 하루 14시간씩 수학만 공부하고 있는 2학년 노모 군(17)은 캠프를 통해 그동안 수학 실력이 늘지 않았던 이유를 알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동안 학원에서 쉬운(3등급) 문제만으로 6개월 선행을 계속해 왔어요. 중학교 때 미적분을 뗀 친구들이 많으니 조급했죠. 진도를 빼려고 한 문제에 10분 이상 고민하지 않았어요. 막히면 바로 해답지를 보거나….”

이 학교 한빛찬 석좌코치는 “노 군이 장시간 몰입과 철저한 복습, 조급함 버리기, 자기주도 학습 등 수학에 필요한 것들을 잘 깨달아 가고 있는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PESS(논산대건고 인성 프로그램) 청소년교육연구소 이사면서 MABS(수학몰입)학습코칭연구소도 운영하는 그는 2008년부터 9년째 학교와 외부 학생 가운데 희망자를 받아 수학몰입캠프를 열고 있다. 한 코치는 “이 캠프를 통해 학생들이 수학에 재미를 붙여 소위 ‘수포자(수학포기자)’ 없는 학교가 됐다. 고교생을 기준으로 평균 수학 성적이 입학 당시보다 3, 4등급 향상돼 졸업한다”고 설명했다. 수학은 사교육이 큰 효과를 발휘하기 힘든 과목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에 따르면 수학과 영어는 주당 5∼6시간 사교육을 받아야 겨우 0.5점 상승했다.

이 캠프는 교육 과정상 일반 고교가 따라하기 쉽지 않지만 효과적인 수학 공부의 여러 측면을 보여준다.

이 학교에 따르면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자기 수준보다 높은 문제를 해답을 찾을 때까지 풀면서 사고의 임계점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코치는 “장시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문제를 풀어 ‘유레카(알아냈다)’를 외칠 때 돌파구가 열린다. 스트레스는 학습근육을 형성하게 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수학 문제 하나를 1시간 이상 고민해 풀어본 사람은 어떤 문제도 반드시 풀린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며 “수학몰입캠프는 이런 자신감을 다른 과목으로 확산시켜 준다”고 덧 붙였다.

알파고와 관련한 강의를 위해 이날 학교에 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이정원 선임연구원은 자신의 대학 시절 몰입 경험을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그는 알파고-이세돌 대국 관전평으로 여러 언론에 소개됐다. “중간고사 때 시험과 직접 관련 없는 문제에 8시간 몰입한 적이 있어요. 그 경험은 그 이후 저의 모든 일에 대한 자신감의 원천이 됐죠. 몰입 경험은 설령 그것이 당장 쓸데없는 것일지라도 중요하죠.”

몰입캠프는 학습 지구력도 높여준다. 고교 입학 후 초등 6학년 수학 문제부터 다시 시작했다는 1학년 전모 군(16)은 “평소 공부를 1시간 이상 지속하기 어려웠는데 3일째 캠프를 견뎌내고 오늘만 10시간째 노트에 문제와 풀이를 써가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스스로 놀라워했다.

한 코치는 “캠프 경험을 통해 구체적인 학습 솔루션을 개발 중”이라며 “이런 활동이 수포자들이 수학에 흥미를 얻고 이를 토대로 다른 과목에서도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수학몰입캠프#수포자#수학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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