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1차 추첨 전 자소서 제출 여부, 학생 자율에 맡기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0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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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원서를 접수함과 동시에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제출할지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1단계 추첨 전에 자소서를 입력하거나, 합격자 발표 후 2단계 면접이 있기 전에 자소서를 내도 무방하다.

서울시교육청은 10일 자사고 지원자들이 1단계 추첨 전 자소서를 제출할 지 여부를 학생 자율에 맡기기로 자사고 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시를 치르며 불안할 수밖에 없는 학생과 학부모가 1단계 추첨 전부터 자소서를 작성해야 할 부담을 느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자사고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대대수의 학생들은 교육청과 자사고의 합의로 자소서 작성 부담이 사라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구로구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조모 군(15)은 “무조건 1차 추첨 전에 자소서를 낼 생각”이라며 “미리 내면 준비성이 있어 보이니까 뭔가 잘 보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영등포구에 있는 중학교에 다니는 전모 양(15)은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반강제적으로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플러스가 될 수도 있으니 할 수 있는데 까지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홍모 양(15)도 비슷했다. 그는 “1단계 추첨 전에 일단은 자소서를 내겠다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며 “합격할 수 있을지 없을지 너무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6학년도 자사고에 지원한 모든 학생들은 1단계 추첨이 이뤄지기 전인 원서 접수 때부터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올 3월 교육청이 ‘2017학년도 서울특별시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에서 “온라인 원서 접수 후 추첨을 실시해 선정된 면접대상자만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도록 변경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자소서 작성 부담과 교사들의 업무량을 낮추기 위해 올해부터 추첨을 통해 선발된 2단계 면접 대상자만 자소서를 제출하도록 하라고 한 거다.

하지만 자사고 협의회는 신입생 선발에 자율성을 보장해달라며 학생이 처음에 온라인으로 원서를 접수할 때부터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서울의 한 자사고 관계자는 “자기소개서를 준비한다는 것은 우리 학교에 올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니겠느냐”며 “시험 삼아 지원해보는 학생들을 걸러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현행 교육법령에 따라 자사고 전형 1단계 추첨에서는 자소서를 전혀 평가하지 않지만 자사고 측은 자소서 의무 제출이 ‘허수 지원자’를 거를 수 있다고 봤다.

교육청과 자사고 협의회는 학생들이 1단계 추첨을 위한 온라인 원서 접수를 할 때 자소서를 제출하게 할 것인지를 두고 모집 요강 게시가 시작되는 10일 오전까지도 이견을 보였다 오늘에서야 극적으로 합의를 이뤘다.

노지원 기자 z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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