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진로교육 집중학기제’ 시범학교인 전남 목포 덕인고 학생들이 폐차를 이용한 엔지니어링 동아리활동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목포 개항 120주년이라는 학교 동아리 테마에 맞춰 자동차를 분해해 보고 이를 바탕으로 배의 모형을 제작해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교육부 제공
전남 목포의 사립 일반고인 덕인고는 최근 폐차 한 대를 들여왔다. 엔지니어링에 관심 있는 이 학교 학생들의 진로 체험 동아리 활동을 위해 학교가 구입했다. 비용 200만 원은 교장의 전폭적 지원 아래 학교운영비로 해결했다. 이후 수업 시간에 잠자던 학생들이 깨어났다. 자동차를 분해하고 조립해 보면서 자신의 흥미와 꿈을 찾아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교육부가 일반고를 대상으로 추진 중인 ‘진로교육 집중학기제’ 시범학교인 덕인고에서는 엔지니어링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동아리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 학교는 학교 전체의 진로 동아리 주제를 지역사회와 연계된 ‘목포 개항 120주년’으로 정하고 △건축(목포대교·항구) △생태(관광자원·세발낙지) △인물(김대중·이난영) 등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각자의 꿈을 찾도록 지원하고 있다.
정봉학 덕인고 진로교육 담당 교사는 “가장 큰 동력은 학교 관리자의 목표의식과 교사의 헌신적 참여”라며 “모든 학생과 교사의 지역 연계 동아리 참여를 학교 목표로 정하고 학교 차원에서 아낌없는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 고교 시절 활용해 ‘내게 맞는 일’ 찾기
최근 교육계는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과 맹목적인 대학 진학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일찍부터 학생들이 자신만의 끼를 발견하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진로 탐색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중학교에서는 이미 자유학기제를 통해 진로 탐색의 ‘맛’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문제는 고등학교 진학 이후다.
교육부 진로교육정책과 강혜영 교육연구사는 “고교에 진학하면 입시 준비 등으로 여유가 많지 않고 중학교 때와 달리 진로 탐색 시간이나 인프라도 활용하기 어려워 맥이 끊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특히 일반고에서 중학교 때처럼 진로 탐색 활동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일반고 1학년 1학기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부의 진로교육 집중학기제 시범사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교육부는 시범사업 개발을 위해 시범학교 55곳을 정하고 3월부터 집중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시범학교에서는 1학년 1학기에 ‘진로와 직업’ 교과 및 진로 활동을 집중 편성한다. 일반 교과와도 수업을 연계해 창의적 체험 활동 과정에 진로 활동을 확대 편성하거나 일반 교과에서도 진로 수업을 집중 강의한다.
강 연구사는 “학생들에게는 진로심리검사와 진로 상담 및 그 결과와 연계한 진로 정보, 진로 체험, 진로 멘토링을 제공한다”며 “학생의 자기주도적 진로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 학생·학부모 ‘만족’, 내실화는 숙제
각 시범학교의 진로 탐색 성과는 학교와 교사의 의지, 학생의 참여도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시범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전 사후 만족도 표본조사 결과에서는 학생의 진로 개발 역량이 진로 탐색 활동 전 평균 3.69점(5점 만점)에서 진로 탐색 활동 후 3.88점으로 향상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진로 개발 역량에 영향을 주는 학습동기 지표 및 자기주도성, 협력 역량, 의사소통 역량, 사회 변화 인식 역량 등 모든 지표의 점수가 전체적으로 향상됐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결과에 따라 향후 진로교육 집중학기제를 점진적으로 확대 편성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현재 국내는 과도한 대학 진학 및 전공 쏠림 때문에 인력 수급의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에서도 꾸준한 진로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내년에 초중고 진로교육 시범학교를 200곳, 협력학교를 70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또 2020년에는 시범학교를 1000곳, 협력학교를 2000곳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내년 중에 진학 상담 매뉴얼을 개발해 보급하고 2020년까지 진로 전담 교사를 모든 중고교에 배치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제대로 된 진로교육을 위해서는 교사의 전문적인 진로교육 역량부터 키워야 한다”며 “교원 양성 과정에 진로 내용을 강화하고 전문 직업인, 학부모, 자원봉사자, 퇴직 시니어 등을 활용한 지원 전문 인력도 최대 3000명까지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공공기관 및 대학, 경제 단체 등과 협약을 맺고 학생들이 체험할 수 있는 양질의 진로 체험 기관도 다수 확보해 내실을 다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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