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어린이집 車에 또 참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1일 03시 00분


여수서 원장이 몰던 통학차… 후진하다 두살배기 치어
‘세림이법’ 시행뒤 6번째 사망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이 또다시 어린 생명을 앗아갔다. 어린이집 주차장에 홀로 방치된 2세 남자아이가 후진하는 통학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10일 발생했다. 지난해 1월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관리를 강화한 ‘세림이법’(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됐지만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세림이법 시행 후 통학차량 교통사고로 인한 여섯 번째 어린이 사망자다.

10일 오전 9시 15분경 전남 여수시의 한 어린이집. 원장 송모 씨(57·여)가 몰던 12인승 승합차가 주차장에 도착했다. 승합차에는 어린이 10명이 타고 있었다. 아이들이 모두 내린 뒤 송 씨는 승합차를 후진했다. 그 순간 뒤에 있던 박모 군(2)이 승합차에 부딪혀 쓰러졌다.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친 박 군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송 군은 하차 뒤 2∼3분가량 주차장에 홀로 방치돼 있었다. 인솔 교사 안모 씨(24·여)는 박 군을 제외한 9명만 데리고 어린이집으로 들어갔다. 송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인솔 교사가 아이들을 다 데리고 들어간 줄 알고 후진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안 씨가 승차 인원이 모두 제대로 내렸는지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어린이 통학차량 교통사고로 숨진 13세 미만 어린이는 10명에 달한다. 올 2월에도 충북 청주시에서 8세 초등학생이 태권도학원 차량에 치여 숨졌다. 2015년 세림이법이 시행됐지만 어린이 통학차량 교통사고는 2014년 31건에서 지난해 51건으로 오히려 64.5%나 늘었다. 부상자는 12명(21.8%) 증가했다.

통학차량 운전기사나 인솔 교사의 실수와 부주의 등 교통사고가 아닌 경우까지 포함하면 희생자는 더 늘어난다. 지난달 29일 광주에서 대낮에 통학차량에 8시간 동안 갇혔다가 구조된 4세 어린이는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다. 운전자와 인솔 교사가 하차 인원을 확인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였다. 지난해 8월엔 학원차량에서 내려 길을 건너던 8세 초등학생이 옆 차로를 지나던 차량에 치여 숨졌다. 통학차량 정차 시 주변 차량도 잠시 멈춰야 한다는 규정을 안 지킨 탓이다.

경찰 단속 결과를 보면 어른들의 부주의와 무관심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드러난다. 올 상반기 통학차량 법규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는 1만3256건. 어린이가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가 1만755건(81.1%)으로 가장 많았다. 승하차 시 안전지도를 하지 않았거나 운전자가 점멸등을 켜지 않은 경우도 1078건(8.1%)이나 됐다. 동승 보호자를 안 태웠거나(1.6%), 미신고 차량 운행(1.3%)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운전자가 기본적인 안전규정을 무시한 경우였다.

허억 가천대 교수(어린이안전학교 대표)는 “세림이법이 개정됐지만 현장에서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시설 운영자나 운전자의 교육을 늘리고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min@donga.com / 여수=이형주 기자
#세림이법#어린이집#통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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