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출입구서 1시간 10명 담배 피워도… 금연벨 한번 안울려
본보, 금연벨 현장 점검해보니
서울 서초구 사당역 14번 출구 만남의광장 공중화장실 앞에 설치된 금연벨 주변에서 한 시민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사진 오른쪽의 금연벨 버튼을 누르면 5초 뒤 금연 계도 음성이 나온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0일 서울 사당역 14번 출구 앞에는 1시간 동안 10여 명이 버젓이 담배를 피운 뒤 바닥에 담배꽁초를 버리고 자리를 떴지만 ‘금연벨’을 누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서울 구로구 고척근린공원에 설치된 금연벨 주변도 마찬가지였다.
금연 계도를 위해 유동인구가 많은 공공장소에 설치된 금연벨이 비흡연자들이 이용하기에 마땅치 않아 무용지물로 방치되고 있다.
금연벨은 금연구역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 있을 때 벨을 누르면 5초 뒤 “이곳은 금연구역입니다. 쾌적한 환경을 위해 흡연을 삼가십시오. 금연구역 내에서 흡연 시 과태료가 부과됩니다”라는 음성이 나온다. 비흡연자가 흡연자에게 직접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말하기 힘들기에 벨을 눌러 5초 안에 자리를 피하면 음성이 대신 지적해 준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금연벨은 2011년 서울 구로구를 시작으로 경기, 인천, 충북 제천시, 대구 등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투어 설치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900여 개가 설치됐다. 서울에는 강동·강북·구로·서초구에 총 28개가 설치됐다.
하지만 비흡연자가 흡연자 앞에서 금연벨을 누르기 쉽지 않아 사용률이 저조했다. 매일 사당역 14번 출구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손모 씨(33)는 “괜히 벨을 눌렀다가 흡연자와 시비가 붙을 것 같아 누르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음성 소리가 작아 주변 소음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거나 아예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날 구로구 고척근린공원에 설치된 금연벨은 버튼을 눌러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주민 이모 씨(60·여)는 “금연벨을 누르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대다수의 주민들은 금연벨이 설치돼 있는지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기능을 활용해 벨을 누를 수 있게 하는 등 흡연자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고 계도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정우진 교수는 “신고자가 누군지 공개되는 금연벨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익명이 보장되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기자·이영빈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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