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A고등학교의 매점 옆 창고에는 교사들이 피우고 남은 담배꽁초들이 수북했다. 학생들은 “3학년 남자 선생님들이 저기서
담배를 태운다” “교실로 냄새가 올라와 싫다”고 했다. 하지만 이 학교 교감은 “창고로 쓰일 뿐 절대 담배를 피우는 곳이
아니다”며 “학교에서 선생님이 어떻게 담배를 피우느냐”고 해명했다. 신규진 인턴기자
“선생님들이 매점 옆 창고 안에서 담배를 많이 피워요. 2층 교실에 담배 냄새가 올라와서 애들이 모두 싫어해요.”
취재진이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A고등학교를 찾았을 때 학생들은 모두 ‘교사들의 흡연 공간’이 어딘지 알고 있었다. 매점 옆 창고에 소파 4개와 테이블이 있었다. 모래가 든 나무상자엔 담배꽁초들이 꽂혀 있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건물, 운동장 등 초중고교와 유치원의 모든 장소는 금연구역이다. 이곳에서 흡연하면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울 25개 자치구와 전국의 많은 시군구는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를 통해 학교 정문에서 50m까지를 금연구역으로 정했다.
하지만 A고처럼 교사들이 학교 내 구석진 곳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사례가 많아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적지 않다.
‘학교나 유치원의 장은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는 국민건강증진법 조항을 근거로 서울 강서구 B고등학교는 급식실 옆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교사들이 담배를 피울 수 있게 했다. 간접흡연 피해를 막기 위해 흡연실은 옥상이나 각 시설의 출입구로부터 10m 이상 거리에 둬야 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교사의 흡연은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며 매년 시도 교육청을 통해 “흡연실 설치를 자제하고, 흡연하는 모습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한다.
B고 학생은 “담배 피우는 학생을 잡는 선생님이 학교에서 흡연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B고는 본보가 취재에 나선 다음 날 곧바로 흡연실을 철거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학교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근무시간 내내 담배 한 개비 피우지 말라는 건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