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강제동원 실태 조사에 치중 국내징용-군비공출 등 범위 넓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5일 03시 00분


[심층탐사기획/프리미엄 리포트/日帝 강제동원 ‘잊혀진 恨’]
대일항쟁기委 재출범 추진
“피해 신고도 안받아주는 정부… 일본에 과거사 따질 자격있나”

“지난해 사할린에서 귀국한 강제 징용 피해자 유족 수십 명은 피해 신고도 못했습니다. 기간이 지났다며 신고조차 받아주지 않는 나라가 과거사를 얘기할 자격이 있나요.”

광복 71주년을 맞아 국회에서 ‘대일항쟁기 강제 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 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대일항쟁기위원회)를 다시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소식에 신윤순 사할린 강제 동원 억류 피해자 한국 잔류 유족회장(72·여)은 이렇게 얘기했다. 강제 징용 피해를 계속 접수하고 진상을 조사하는 작업이 절실한데 이런 역할을 하던 기관이 없어지자 아무도 피해자를 돌보지 않고 있다는 게 신 회장이 보는 한국의 현실이다.

1943년 아버지가 사할린으로 끌려간 이듬해 태어난 신 씨는 아버지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이달 초 러시아로 가는 사람에게 관련 자료를 찾아달라고 의뢰했다. 그는 “91세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언제 돌아가셨다’는 사실이라도 알려드리려고 이렇게 애를 쓰고 있는데 정부가 강제 동원의 실상을 밝히려던 노력을 그만두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의 일부 양심 있는 학자들도 이런 국회의 움직임을 반기고 있다. 재일조선인운동사연구회에서 활동해 온 히구치 유이치(통口雄一) 고려박물관장은 최근 동아일보에 보내온 e메일에서 “위원회 조사를 통해 일본이 ‘강제 연행은 없었다’는 주장을 펼칠 수 없을 정도의 중요한 사실과 실태가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대일항쟁기위원회의 조사·연구 성과가 식민지 지배의 근대사 연구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식민지 지배구조의 전체 틀 속에서 강제 동원을 파악해야 하는데 총체적인 실태 규명은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위원회의 활동이 피해자 지원 사업을 하기 위해 국외 강제 동원 문제에 치우친 부분이 있는데 한국 내 강제 징용은 물론이고 군비 조달을 위한 공출 등까지 강제 동원의 개념을 넓혀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대일항쟁기위원회가 활동을 멈추면서 위원회의 업무는 현재 행정자치부 아래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의 2개 과(課)로 승계됐다. 하지만 10여 명의 인력이 활동하는 게 고작이다. 전문 조사인력을 포함해 100여 명이 활동하던 위원회와 비교하면 조사·연구 역량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지원단은 대일항쟁기위원회가 남긴 34만여 건의 강제 동원 피해 조사 자료를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기도 했다. 피해 신고를 계속 받으면서 꾸준히 수정하며 활용해야 하는 ‘현행 자료’이지만 사실상의 ‘보관 절차’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부분이다.

김도형 dodo@donga.com·홍수영 기자
#대일항쟁기위#징용#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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