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 절반 이상이 집에서 임종하고 싶어 하지만 10명 중 7명은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사망자 수(사고사 포함)는 연간 26만8088명인데 이 중 71.5%(19만1682명)가 의료기관에서 숨졌다. 사망 장소가 자택인 경우는 17.7%(4만7451명), 각종 시설은 3.8%(1만187명)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2014년 8월 19∼30일 전국(제주도 제외)의 만 20세 이상 남녀 1500명(남자 762명, 여자 738명)을 대상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국민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본인이 죽기를 원하는 장소로 57.2%가 가정(자택)을 골랐다. 이어 호스피스 완화의료기관(19.5%)과 병원(16.3%), 요양원(5.2%), 자연(0.5%) 순이었다.
즉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임종 직전까지 심폐소생술과 고가항암제 등 연명치료를 받다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치료비용은 남은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제정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웰다잉법)’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웰다잉법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이 임박해 있고 △치료해도 회복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네 가지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8년부터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도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말기암 환자가 자신의 집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가정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3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선결 과제가 많다. 건강보험공단이 11일 웰다잉법 시행을 1년 6개월 앞두고 개최한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연명의료 중단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사전의향서 제출 절차를 만들며 △요양병원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엄격히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호스피스·완화의료 대상이 될 시기를 결정하는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 암은 비교적 ‘말기’의 기준이 명확하지만 에이즈, 만성 호흡기질환·간경화 등은 그렇지 않다. 의료진마다 판단이 다르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일반 병·의원에서만 가능한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요양병원으로 확대할 경우 사전·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시영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회장(경희대 의대 교수)은 “자칫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가 ‘수익성 사업’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요양병원 대상의 시범사업을 할 때는 철저한 사업관리와 사후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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