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가족에 “고마웠다”… 자살 경고신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8일 03시 00분


[‘마음의 감기’ 우울증 이기자]
집에만 있거나 외모 무관심도 의심을… 심리치료-항우울제 복용땐 극복 가능

사람과 어울리기 좋아하던 40대 직장인 A 씨가 지난해부터 갑자기 평소 빠짐없이 참석하던 동창회에 나가지 않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도 끊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졌고 “회사에 가기 싫다”며 결근하기까지 했다. 갑자기 아내와 아이들에게 “고맙다”며 눈물을 보인 그는 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우울증은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다. 하지만 A 씨처럼 때때로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겉으로 증상이 드러나지 않아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에서도 우울증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병을 키우기 쉽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자살자 121명을 심리부검한 결과 80명(66.1%)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심리부검은 자살자 주변인의 진술을 토대로 사망자의 심리를 분석해 자살 원인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이처럼 우울증이 자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주변에서 자살 전 징조를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 만약 가족이나 지인이 △죽음에 대한 언급이 잦아지거나 △“허리가 아프다”, “소화가 안된다” 등 신체적 불편을 자주 호소하고 △외모 관리에 무관심해지며 △다른 사람을 만나려 하지 않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 자살에 대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자 10명 중 9명이 자살 전 이러한 징후를 보였다. 특히 가족 중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있다면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스스로 우울증을 극복하려는 마음가짐을 갖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우울증은 정신력이 약한 사람들이 걸리고 마음을 강하게 먹으면 극복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금물이다. 우울증은 뇌 속에서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등 신경전달물질의 기능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이다. 고혈압 환자가 혈압약을 먹는 것처럼 우울증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고 심리 치료를 받거나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다.

정신과 진료가 망설여진다면 먼저 가까운 정신건강증진센터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전국 224곳에 달하는 정신건강증진센터에는 정신보건간호사와 정신보건사회복지사가 상주하고 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우울증#노인#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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