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엔 관대한 국민참여재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8일 03시 00분


일반 배심원 유무죄 판단 어려워, 실형선고 56%… 살인 81%와 대조
피고인 신청 몰려 악용 소지

강력범죄 가운데 성범죄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 신청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는 국민참여재판 때 실형 선고율이 낮아 피고인들이 적극적으로 신청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청된 2531건 중 성범죄가 100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살인(714건), 강도(666건), 상해치사(149건)의 순이었다. 국민참여재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비율은 살인(81%)이 가장 높았고 성범죄(55.6%)가 가장 낮았다. 상해와 강도는 각각 73.5%, 63.4%였다. 실제로 법원은 5월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 모두 무죄 평결을 내린 성폭행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윤모 씨(49)는 노래방 도우미 여성을 폭행하고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피해를 당한 여성은 현재 항소심을 준비 중이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은 살인이나 강도에 비해 성범죄 사건 재판에서 유무죄 판단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조성제 교수팀이 배심원 500명에게 범죄별로 ‘유무죄 판단이 어려웠나’라고 질문한 결과 성범죄 사건에서 ‘어려웠다’고 답한 비율이 73.7%나 됐다. 살인, 강도 사건은 각각 24.7%, 27.8%에 그쳤다. 조 교수는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와 피고인의 진술이 상반되는 경우가 많고 명확한 증거가 없어 직업 법관이 아닌 일반인들은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기 어렵다. 유무죄를 판단하기 어려울수록 무죄 평결을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법조계에선 국민참여재판 도입 취지와 달리 무죄를 노린 성범죄 피고인에게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교수는 “국민참여재판 대부분이 변호사들의 제안으로 신청된다”며 “법원도 이 점을 고려해 성범죄 사건의 재판에는 더욱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성범죄#국민참여재판#실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