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 이수현’ 희생 기리며… 한일 우호협력 디딤돌 놓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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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성신학생통신사’ 참가 대학생들 부산 묘소 헌화

18일 부산 영락공원을 찾은 ‘한일성신학생통신사’ 참가 학생들이 ‘의인 이수현’ 씨의 묘소에 헌화하고 있다. 고인의 아버지 이성대 씨(왼쪽)가 손을 들어 꽃을 놓을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이 씨 오른쪽은 어머니 신윤찬 씨.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18일 부산 영락공원을 찾은 ‘한일성신학생통신사’ 참가 학생들이 ‘의인 이수현’ 씨의 묘소에 헌화하고 있다. 고인의 아버지 이성대 씨(왼쪽)가 손을 들어 꽃을 놓을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이 씨 오른쪽은 어머니 신윤찬 씨.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우리 아이가 떠난 지 오래됐는데도 그 정신을 잊지 않고 이렇게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18일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 이성대 씨(78)가 한일 청년들을 환한 얼굴로 맞았다. 그는 2001년 일본 도쿄(東京) 신오쿠보 역에서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의인(義人) 이수현’의 아버지다. 이날 이 씨 부부는 ‘한일성신학생통신사’에 참가 중인 한일 대학생이 왔다는 소식에 아들의 묘소를 찾았다.

성신학생통신사는 한국의 고려대와 일본의 와세다대가 주축이 돼 2009년부터 한일 화해와 협력을 위해 대학생 교류협력 사업을 진행하는 단체다. 성신(誠信)은 성의와 신뢰의 약자로 진심을 다해 믿음을 쌓자는 의미다. 올해는 고려대에서 9명, 와세다대에서 10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이채주)의 후원을 받은 이들은 17일부터 대한민국 유적지를 답사하며 우호를 다지고 있다.

이수현 씨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묘지를 찾은 학생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동요 ‘고향의 봄’을 합창했다. 재일교포 주영환 씨(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4학년)는 “한일 역사는 주로 상처들이 떠오르지만 이수현 씨의 희생은 다른 의미를 준다”며 “한일 양국이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역사적 사실로 제대로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년째 참가 중인 문주영 씨(32·고려대 박사과정)는 “이수현 씨의 희생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하나가 된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수현 씨의 어머니 신윤찬 씨(68)는 학생들을 향해 “아들은 생전에 ‘되돌아봐 후회할 일은 하지 않는다’는 말을 즐겨 했다”면서 “보석처럼 빛나는 이 시기를 후회 없이 소중하게 썼으면 좋겠다”며 미소 지었다.

하숙경 부산한일문화교류협회 사무처장은 협회 내 단체인 ‘아이모(아름다운 청년 이수현 모임)’의 활동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점 줄어들어 안타깝지만 숭고한 정신을 잇기 위해 거의 매년 한일 대학생들이 아이모라는 이름으로 교류 행사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성신학생통신사 행사를 이끌어 온 아사히신문 서울특파원 출신의 오다가와 고(小田川興) 와세다대 일한미래구축포럼 대표는 “요즘 일본에선 일본판 ‘아이모’를 만들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며 “와세다대는 고인이 변을 당한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종합대학인 만큼 그의 정신을 이어받자는 목소리가 가장 높다”고 했다.

2000년 고려대를 다니던 고인이 일본 유학을 갈 때 연을 맺었다는 윤길호 아카몬카이(赤門會) 일본어학교 부산사무소장은 “일본에선 아직 고인을 기리는 분위기가 많이 남아 있다는데 한국에선 점점 잊혀져 가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학생들은 추도식을 마친 뒤 부산 동구의 조선통신사역사관을 방문했다. 17일에는 경남 합천의 ‘원폭피해자복지회관’을 방문해 역사의 아픔을 함께 되새겼다. 조승희 씨(여·고려대 일어일문학과 2학년)는 “히로시마 원폭으로 많은 일본인이 숨진 건 알았지만 그렇게 많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희생된 줄은 몰랐다”며 “피폭 당시 유리 파편이 몸에 박혔던 것을 기억하는 한 할머니의 경험담을 들으며 마음이 무척 아팠다”고 했다. 성신학생통신사는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관, 서울 안중근의사기념관 등을 방문한 뒤 21일 일정을 마무리한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이수현#한일성신학생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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