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휴가에 맞춰 우리를 만나러 경남 통영에 온 지인들과 저녁을 먹었다. 단골 횟집에서 식사하면서 환담을 나누는데 한 친구가 물었다. “어떻게 통영에서 출판사를 하게 된 거예요?” 자주 받는 질문이어서 평소처럼 우리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나누었더니 다시 질문이 날아온다. “직원들은 전부 통영에서 뽑은 거예요?” 통영 토박이 한 명을 신입사원으로 뽑았고, 다른 친구들은 울산, 서울 등에서 왔다고 대답했더니 질문한 이의 눈동자가 커졌다. “서울에서 이 시골까지 내려왔다고요? 우아, 그 친구들 뭘 믿고 여기까지 온 거예요?”
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단골 질문 중 하나가 이곳에서 어떻게 직원을 뽑느냐는 것인데 답변을 들은 이들은 하나같이 놀라워한다. 나 역시 처음 통영에서 직원을 뽑을 때 두려움이 컸고, 대다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떠나는데 여기서 좋은 친구들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우에 불과했다. 우리 회사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처음 직원을 뽑을 때도 전국 곳곳에서 많은 친구들이 지원했고, 회사가 조금 알려진 후 두 번째 채용을 진행했을 때는 서울에서만 수십 장의 이력서가 날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기꺼이 통영에 내려와서 면접을 보는 열정까지 보였다.
“많은 친구들이 대도시로 떠났고, 저도 서울에서 살아봤지만 이제 제 고향 통영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이곳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서울의 과도한 경쟁과 출근길 전쟁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고 싶습니다. 돈보다 더 가치 있는 일에 제 삶을 투자하고 싶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서울을 떠나면 뭔가 대단한 특권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고 지방에 ‘내려가는’ 것은 마치 인생의 패잔병이 된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지방 발령을 좌천 혹은 실패의 한 장면으로 묘사하는 것도 그러한 생각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이제 삶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아직 대다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서울 인구 1000만 시대가 무너진 지금,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처럼 땅끝 바닷가 마을에서 출판해도 멋진 친구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그것이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물론 서울에 과도하게 많은 것이 집중되어 있어서 지역 간 불평등을 초래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대도시의 장점이 누군가에겐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서울을 떠나 지역에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서울 시민의 특권을 내려놓는, 그래서 손해만 보는 장사는 결코 아니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듯이 다른 가치, 다른 삶을 향한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필자(43)는 서울에서 광고회사, 잡지사를 거쳐 콘텐츠 기획사를 운영하다 경남 통영으로 이주해 출판사 ‘남해의봄날’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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