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광주 북구 운암동 한 아파트. 롯데백화점 광주점 샤롯데 봉사단원들이 검게 그을린 벽지를 뜯어내고 못 쓰게 된 가재도구를 정리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6일 원인을 알 수 없는 불로 내부 148m²가 소실됐다. 집 안을 청소하는 봉사단원들의 표정은 검게 타버린 집처럼 어두웠다. 12년째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찾아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수리해줬지만 이날만큼은 착잡한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불이 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집은 직장 동료가 두 아들과 생활했던 보금자리였다. 이날 화재로 동료 사원인 정모 씨(43)와 둘째 아들(17)이 세상을 떠났다. 다행히도 큰아들(21)은 화재 당시 집에 없어 화를 피할 수 있었다.
고인은 동료들 사이에서 정이 많고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는 모범 사원으로 통했다. 그런 동료를 잃은 직원들의 슬픔은 클 수밖에 없었다. 샤롯데 봉사단은 고인을 추모하고 남은 가족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불에 탄 집을 수리해 주기로 했다. 봉사단은 2004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보훈가족, 영세 상인들의 집을 무료로 고쳐주는 사랑의 집짓기 ‘러브하우스’ 행사를 매년 한두 차례 개최했다. 그동안 새롭게 단장한 보금자리 16곳을 어려운 이웃에게 선물했다.
김정현 롯데백화점 광주점장과 봉사단원들은 이날 출입문과 벽면, 바닥의 그을음을 제거하고 가재도구도 깔끔하게 치웠다. 이웃집과 엘리베이터에 남은 화재의 흔적도 지웠다. 고인의 큰아들은 “한순간에 아버지와 동생을 잃어 큰 절망에 빠졌는데 따뜻한 도움의 손길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집수리에 앞서 롯데백화점 본사 사원복지팀과 동반성장팀은 장례식 비용 전액을 지원하고 임직원 모금을 통해 4000만 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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