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등급보다 학생부가 좌우… 장점-특기 공들여 써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2일 03시 00분


[심층탐사기획/프리미엄 리포트/대학 입학사정관 767명 전수분석]
입학사정관들이 본 학생부종합전형

1920년대에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해 1세기 가까이 운영해 온 미국은 유명 아이비리그 대학을 포함한 대부분의 대학이 이 제도로 학생들을 선발한다.

○ 채점 결과 ‘1점’ 차 나도 재심사

미국의 입학사정관들은 학생 선발 과정의 전권을 갖고 학생들을 평가해 선발한다. 그만큼 오랜 기간 제도와 입학사정관에 대해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보다 평가 지표가 명확하고 선발 과정이 투명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의 ‘1점 차’ 룰. 이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공정한 심사를 위해 두 명의 입학사정관이 한 명의 지원자 서류를 심사한다. 그런데 사정관들의 채점 결과 차가 1점 이상 나면 제3의 사정관이 다시 채점을 한다. 국내의 경우 제3의 사정관이 참여하는 상황에 대해 ‘일정 점수 이상 차가 날 경우’ 혹은 ‘상당 점수 이상 차가 날 경우’ 등으로 모호하게 규정하는 것과 다르다.

UC버클리의 경우 다른 입학사정관의 채점 결과와 점수 차가 많이 나는 사정관은 다음 해에 재임용되지 못한다. 그 외 많은 대학의 사정관들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주관하고 고교를 방문해 입시 상담을 한다. 해외 입학사정관제 운영 사례를 연구한 김경범 서울대 인문대학 교수는 “대학이 사회적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학생을 선발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아 한다”면서 “어떤 평가 자료를 가지고 어떤 절차를 거쳐 합격자를 선발했는지를 밝히며, 선발된 결과가 인재상에 맞추어져 있다는 것을 통계 자료를 통해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 대학-고교 연계 시스템 만들어야

미국의 입학사정관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보통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사정관이 대학의 입학처에서 다년간 경험을 쌓으며 입시 전문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사정관 중에는 고등학교 상담 교사, 퇴임 교수, 고교 교장, 대학원생도 있다. 국내 대학의 한 입학사정관은 “미국은 역사가 길다 보니 입학사정관 인력 풀(시장)이 잘 형성돼 있어 좋은 입학사정관은 대학끼리 맞바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부분의 입학사정관은 대학 입시 분야의 전문직 회원 1만1000여 명으로 구성된 ‘대학입학사정관-고교 카운슬러 협회’라는 70년 된 단체에 속해 있다. 이 단체는 매년 입학사정관의 직업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대학 입시의 원칙과 윤리를 채택하면서 고등학교의 진학 카운슬러와 대학 입학사정관의 연계를 도모한다.

이 단체는 순수한 민간 기구로서 고등학교와 대학이 모두 참여한다. 한국에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대학만 참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김 교수는 “미국과 일본의 입학사정관제가 주는 시사점의 핵심은 고교와 대학의 연계”라며 “단순한 인적 연계와 정보 소통을 넘어 교육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 잘하는 것을 팩트 위주로 적어줘야

국내 입학사정관들은 제대로 된 입학사정관제 운용을 위해 고교와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요리’를 제대로 만들려면 학생부 기록 등 그 ‘재료’를 만드는 고교 교사들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

서울 명문 사립대의 한 입학사정관은 “대학은 고교 교사들이 써준 서류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사들이 학생부를 제대로 준비해줘야 한다”며 “교사들이 학생부를 적어줄 때 보통 내신이 1, 2등급인 애들만 공들여 적어 주는 경향이 있다. 5등급이라도 (비교과 영역에서) 잘하는 것이 있다면 팩트 위주로 잘 적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명문대 입학사정관은 “선발 과정에서 일반고나 특목고, 자사고를 차별하진 않지만 각 학교에서 학생부를 작성하는 수준 자체가 다른 경우가 있다”며 “특히 일부 지방 고교 교사의 경우 학생부 기재나 추천서 작성 등에 성의가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국립대 입학사정관은 “학종은 교과 중심 평가인데 그 의미는 교과가 점수 중심이 아니라 교과 수업에 충실한 게 가장 중요하고 그런 걸 적어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수업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풀이 위주로 가지 말고 학생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많이 주고 장점을 파악해서 적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z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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