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교육부 차관이 22일 오후 2시, 찜통교실 현안을 점검하고 학교 관계자와 학생들을 격려하겠다며 정부세종청사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거리인 충남 공주시 봉황중학교를 찾았다. 이달 초부터 학교도 ‘전기요금 폭탄’을 맞게 생겼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온 현장 방문이다.
학교 측은 이 차관의 방문 계획을 전날 저녁에야 알았다. 그래도 학교에선 차관이 방문한다니 ‘혹시 에어컨을 더 많이 틀어줄 수 있게 해줄까’ 같은 소박한 기대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차관은 교장과 부교육감 등에게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이 학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적정 냉방 공급에 최선을 다해 달라. 교육용 전기요금을 추가로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
학교는 어떻게 해서든 땀 흘리는 학생들에게 빵빵하지는 못해도 ‘적정한’ 냉방이라도 해주고 싶다. 문제는 단가는 낮은데 kWh당 실제 납부요금(125.8원)이 산업용(107.4원)보다 비싼 교육용 전기요금 체계다. 이건 교육부가 전기요금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직접 풀어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올여름 폭염이 시작된 이후 산업부와 한 번도 전기요금 문제를 협의한 적이 없다. 올해 들어 교육용 전기요금 할인율이 올랐으나 이것이 반영된 여름철 전기 사용량 통계가 없다는 이유를 댄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식 일정이 잡힌 건 없지만 이달 중 산업부에 한번 가보려고 한다”며 “요즘 (누진제 개편 때문에) 산업부가 바빠 만나기도 힘들다”고 했다.
학생들이 찜통교실과 얼음교실에서 공부하지 않게 전기요금 부담을 줄여 달라는 요구는 수년 전부터 계속돼 왔다. 교육단체와 국회의원 등은 졸업식처럼 연중 사용량이 가장 많은 날을 기준으로 기본요금을 책정하는 현재 구조를 바꿔 달라고 요구해 왔다. 큰 성과가 없어도 교육부가 매년 산업부와 협의를 해 온 이유다. 그런데 기록적인 찜통더위가 벌써 한 달이나 이어지고 있는 마당에 아직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차관이 그저 현장을 찾아 학교 관계자들 말을 듣고 격려하면서 “노력하겠다”고만 하면 되는 건가. 교육부 관계자는 “뒤늦은 방문이 아니라 그동안 방학이라 못 갔다”며 “중금속이 검출된 학교 우레탄 트랙 현장을 점검하는 길에 (찜통교실을) 겸사겸사 같이 보려 한다”라고 말했다. 이러면 교육부가 보여 주기식 행정만 하려 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보다는 사회부총리라는 타이틀을 함께 가진 이준식 교육부 장관이 당장이라도 산업부 장관과 협의를 시작하는 게 정답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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