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유산을 둘러싼 ‘삼성가 상속 분쟁’에서 패소한 고 이맹희 CJ 명예회장의 유족들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측에 변호사 선임 비용 12억여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판사 정종관)는 유산 분쟁 소송에서 승소한 이건희 회장 측 삼성물산(옛 삼성에버랜드)이 고 이맹희 명예회장 측 상속인들을 상대로 낸 소송비용부담액 확정 신청에서 “이맹희 명예회장 측은 12억6230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상속 비율에 따라 이 명예회장의 부인 손복남 고문이 3억4426만 원, 이재현 CJ그룹 회장 삼남매와 이 명예회장의 혼외자 이모 씨 등 4명이 각각 2억295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맹희 명예회장은 2012년 2월 여동생 이숙희 씨 등과 함께 “이건희 회장이 단독으로 선대 회장의 차명주식을 관리했다”며 이건희 회장 등을 상대로 4조 원대의 주식인도 청구소송을 냈다가 1심에서 패소했다. 이 명예회장은 혼자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도 패소했고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승소한 쪽의 소송비용은 패소한 쪽에서 전체 또는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법원 결정으로 실제 이 명예회장의 유족들이 삼성물산에 소송비용을 지급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현 회장 등은 지난해 11월 상속 재산만큼 채무를 책임지는 ‘한정상속 승인’을 신고해 1월 채무가 면제됐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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