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사망설’ 최초 유포자 잡고보니…미국 거주 30대 한국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5일 13시 48분


6월 30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망설을 담은 ‘찌라시’가 들불처럼 번지자 삼성그룹 지배구조 관련 계열사 주가가 동반 급등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주가 조작 세력의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경찰이 최초 유포자를 잡고보니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관심받기 위해 올린 글이 발단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6월 30일 ‘이건희 사망설 찌라시’ 유포 사건과 관련해 인터넷 커뮤티니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게시판에 조작기사를 게시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위반 등)로 미국에 거주 중인 한국 국적 최모 씨(30)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배조치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최 씨에게 e메일과 국제전화, 국제우편 발송 등을 통해 출석을 요구했으나 계속 불응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6월 29일 오후 7시55경 일베에 ‘[속보] 이건희 전 삼성 회장, 29일 오전 사망’이란 제목의 글과 함께 이건희 사망을 다룬 조작 기사 파일을 올렸다. 최 씨는 해당글을 얼마 후 삭제했지만 누리꾼이 3분 만에 다른 사이트에 퍼 나르기 시작하면서 확산됐다. 경찰은 이 조작 기사를 본 사람들이 짜라시를 작성해 카카오톡에 유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조작 기사 파일이 게시된 글을 역추적해 최 씨를 특정했다. 최 씨는 4월 15일부터 사건 발생전까지 일베 등에 이건희 사망 관련글을 3건 올리기도 했다. 최 씨는 경찰과 전화통화에서 “일베에서 관심을 끌고 인기글에 오르고 싶었다. 그날 아나운서 이금희 씨가 사퇴해 (이름이 비슷한) 이건희 글을 올리면 더 관심을 모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고 한다.

경찰 수사로 최 씨가 본인 명의로 주식 거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차명계좌로 주식을 거래했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최 씨는 2000년에 미국으로 출국해 15년간 국내에 들어온 기록이 없고 시민권과 영주권이 없어 불법체류자로 추측된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작성 경위, 주식 차익을 노린 계획성 여부 및 세력 개입 여부 등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최 씨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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