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대에 전남 해남군이 4년 연속 합계출산율 전국 1위를 기록해 전국 자치단체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25일 행정안전부와 해남군에 따르면 2015년 해남의 합계출산율은 2.46명으로, 4년 연속으로 전국 시군구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강원 인제군(2.16명), 전남 영암군(2.11명)이 뒤를 이었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19∼45세)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수를 말한다. 해남군의 합계출산율은 전국 평균(1.24명)의 2배에 가깝고 최하위 지자체인 서울 종로구(0.81명)의 3배가 넘는다. 지난해 해남군 출생아 수는 839명으로 하루 2.3명이 태어난 셈이다.
10년 전 출산율이 1.42명에 불과하던 해남에 아기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것은 파격적인 출산 지원 정책과 원스톱 서비스 때문이다. 해남은 2008년 전국 최초로 주민복지과, 보건소, 행정지원과 업무를 통합해 ‘출산정책팀’을 신설했다. 아기를 낳을 때 출산·양육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도록 장려금을 파격적으로 책정했다. 신생아 출생 때 첫 아이는 300만 원, 둘째는 350만 원, 셋째는 600만 원, 넷째 이상은 720만 원을 준다. 셋째 아이 이상부터는 월 3만 원의 보험료를 5년간 내주고 만 10세가 되면 보험금을 찾도록 지원해 준다.
12세가 될 때까지 주요 질병예방접종을 무료로 해준다. 난임부부에게도 의료비를 지원한다. 지난해 4400만 원을 지원해 12명이 임신에 성공했다. 출생신고 때는 쇠고기 1kg과 미역, 내의(7만 원 상당)를 집으로 보내주는 ‘산모아기사랑 택배 서비스’도 한다. 작명가의 재능기부로 신생아 이름을 무료로 지어주고 지역신문에 아기 사진과 부모의 소망을 실어준다. 6월에는 태교 음악 CD 1200세트를 제작했다. 임신 중 듣기 좋은 태교 음악 20곡이 담긴 CD와 산후 아기와 산모를 위한 음악 9곡이 담긴 CD 등 2장으로 구성됐다. 저작권료를 포함해 1800만 원을 들여 제작한 CD를 임신 축하선물로 준다.
이현숙 해남보건소 출산정책팀장은 “출산 관련 예산을 다른 지자체들이 한 해 3억∼4억 원을 쓰는 데 비해 우리 군에서는 40억 원가량을 지원하고 있다”며 “일회성 지원에 그치던 출산정책을 지속가능한 지원체계로 바꾼 게 출산율 전국 1위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모차 행진 음악회, 남성들의 육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땅끝 아빠 캠프를 열어 사회적으로 출산율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해남군의 출산정책은 국내에서도 인정을 받아 전국 16개 자치단체가 벤치마킹했고 미국 뉴욕타임스와 일본 아사히신문 등 해외 언론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해남 공공산후조리원도 이용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공공산후조리원은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1실을 포함해 10실 규모의 산모조리실과 신생아실을 비롯한 물리치료실, 편백찜질방, 피부관리실 등을 갖췄다. 대도시보다 20% 정도 저렴한 154만 원에 2주일간 이용할 수 있고, 셋째 이상과 장애인 및 다문화가정은 여기서 70%를 깎아준다. 박근혜 대통령은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6 정부 3.0 국민체험마당’ 개막식에서 해남 공공산후조리원 운영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해남군은 6월 보건복지부 분만 취약지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분만 산부인과를 유치했다. 10억 원이 투입돼 24시간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산부인과가 신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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