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 브랜드 슬로건인 ‘블루시티 거제’ 유니폼을 입은 권민호 거제시장. 권 시장은 투명한 행정을 하기 위해 1층 민원실 옆 ‘열린시장실’에서 주민을 만나고 결재도 한다. 거제시 제공
‘환상의 섬’ 경남 거제시에 먹구름이 짙다. 한동안 ‘강아지도 만 원권을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으나 조선(造船) 경기가 추락하면서 그렇다. 여기다 이달 들어 콜레라 환자까지 발생해 분위기가 전에 없이 뒤숭숭하다.
지역 사정이 녹록지 않다보니 인구 25만8000명의 ‘거제호(號)’ 선장인 권민호 시장(60·새누리당)은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경기 부양책 마련하랴, 콜레라 차단 대책 세우랴, 현안 챙기랴 눈 코 뜰 새가 없다. 거의 매일 현장에 나간다. 여름휴가는 아예 반납했다.
권 시장은 28일 “대우, 삼성조선이 가동을 시작한 이후 처음 겪는 불황이라 시민들의 불안감과 상실감이 크다”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지 밤낮으로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업 문제와 인구 감소, 상권 위축 등의 현안 타개에 모든 행정력을 쏟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가 밝힌 경제안정화 시책은 △중소기업 육성자금 지원 확대 △세제 감면과 징수 유예 △중소기업 지원과 거제사랑상품권 발급 확대 △공공일자리 창출 등이다. 7000억 원 규모의 고현항 재개발사업, 2000억 원이 투입될 거가대교 관광지 조성, 1조8000억 원짜리 해양플랜트 국가산단 등도 경기 부양을 선도할 ‘마중물’로 기대하고 있다.
권 시장은 자신이 전국 최초로 시도하는 ‘3.3m²당 300만 원대 아파트 공급’에 애착을 갖고 있다. 무주택 서민을 위해 40m²형 영구임대와 60m²형 국민임대 575채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현재 터 닦기를 마쳤고 다음 달에 시공사를 선정한다. 2018년 입주 예정이다. 행정기관이 민간사업자의 개발이익을 되돌려 받아 서민용 아파트를 건설하는 새로운 개념. 그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많이 배워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초등학교 시절 머슴살이를 하고 중학교를 졸업한 뒤 4년간 멸치잡이 배를 타서 번 돈으로 야간 고교에 진학하는 등 어려운 시절을 보냈던 권 시장이 저소득층을 위해 직접 구상했다. ‘흙수저’인 그는 검소한 편이다. ‘특권’을 멀리하고 ‘청렴’에도 신경을 쓴다. 그 연장선에서 시청 1층 민원실 옆에 ‘열린 시장실’을 두었다. 주민과 거리감을 없애려는 시도이다.
경차를 손수 운전해 출퇴근한 지 오래됐다. 수행비서는 아예 없앴다. 출장은 혼자 간다. 호텔 숙박은 남 얘기. 그는 “가능하면 목민심서를 실천하려 애쓴다”고 말했다. 최근 한 언론은 ‘권 시장 소유의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보도했다. 그는 “공시지가 상승 영향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권 시장은 경북 김천∼거제를 잇는 남부내륙고속철도 사업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공약사업인데도 경제성을 탓하며 착공을 미루고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역균형발전과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보고 정책적 판단을 해야 할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이 노선의 조기 착공은 경남도와 거제시의 최대 현안이다.
권 시장은 오래전부터 “3선은 안 한다”고 공언해왔다. 항상 마지막이라는 자세로 일하겠다는 각오를 우회적으로 나타낸 표현이다. 그는 “모자람이 많지만 도지사직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희망을 숨기지 않는다. 기업경영, 도의원을 거친 그의 최종 목표인 셈이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제가 떠난 뒤에도 그동안 뿌린 변화의 새싹이 자라나 거제시가 바뀌고, 더불어 전국 지자체들이 서로 좋은 점을 본받는다면 대한민국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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