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때 쓰는 파울작전, 점수차 큰데도 자유투 득점조작 이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9일 03시 00분


[심층탐사기획/프리미엄 리포트/스포츠 승부조작 ‘검은 거래’]
진화하는 승부조작 수법

승부 조작은 불법 스포츠도박과는 쌍둥이다.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서 베팅을 하는 방식을 보면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승부 조작 방법을 알 수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으로 큰돈을 벌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승부 조작이기 때문이다.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서 돈을 거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만큼 승부 조작 방법도 다양하다.

B 씨는 “프로농구가 조작 방법이 가장 많다. 첫 2점, 첫 3점, 첫 자유투 등 조작 방식이 많다. 양 팀 합계 150점 이상인가 아닌가, 몇 점 차 이내로 이기고 지는가 등도 그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 관계자도 “승부 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 실태를 알기 위해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봤는데 경기 시간 내내 베팅이 이뤄지고 방법도 너무 많아 엄청 놀랐다”고 말했다. 양 팀 합계 150점 이상인가 아닌가, 몇 점 차 이내로 이기고 지는가 등 종류가 많다. B 씨는 “보통 경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고 박빙의 승부를 벌일 때 파울 작전을 쓴다. 자유투로 1점을 내주더라도 다시 공격 기회를 얻어 2점 또는 3점을 내 역전을 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태에서 파울 작전을 쓰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다 조사해 봐야 되는 거 아닌가 싶다. 추격이 어려운데 점수 총합만 올라가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오버’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고 말했다.

B 씨가 말하는 ‘오버’는 합법 스포츠토토에서도 운영하고 있는 ‘언더오버’ 방식이다. 양 팀의 득점 합산이 제시된 기준보다 작은(언더)지 큰(오버)지를 예상해 맞히는 방식이다. 프로축구에서는 보통 언더오버의 기준을 2.5점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3골이 나면 오버, 2골이 나면 언더인 것이다. B 씨는 “오버 조작이 있었다는 소문이 난 경기를 다시 보니 골키퍼가 골킥을 실축해서 공격수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주거나 상대 팀의 프리킥 때 골키퍼가 무리하게 튀어나와 실점을 하는 장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에서는 ‘언더’보다는 ‘오버’ 조작이 대세다. B 씨는 “투수들이 점수를 안 주는 것보다 주는 게 더 편하기 때문”이라며 “대체로 경기 중간에 올라오거나 마무리로 나서는 투수들이 일부러 볼넷을 계속 주거나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치기 좋게 던져 실점 상황을 계속 만든다. 이 때문에 선발 투수만큼이나 중간 계투나 마무리 투수들까지도 ‘언더오버’ 조작에 많이 끌어들인다”고 말했다.

9일 수원구장 경기에 앞서 넥센과 kt 양 팀 선수들이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태에 대해 팬들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9일 수원구장 경기에 앞서 넥센과 kt 양 팀 선수들이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태에 대해 팬들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최근 승부 조작 사실이 적발된 프로야구 NC 투수 이태양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첫 볼넷이 가장 많이 실행되는 승부 조작이다. 성공할 확률도 높고 실천하기도 쉬운 조작 방법이기 때문이다. B 씨는 “1회초 첫 볼넷 배당률이 1.48이라고 할 때 1억 원을 걸면 1억4800만 원을 경기 시작하자마자 받는 것이다. 그래서 첫 볼넷 조작이 많이 시도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C 씨는 “1회 볼넷은 조작이 됐는데 실점이 안 돼 승부 조작 섭외로 1000만 원 이상 쓰고 베팅한 전주가 심하게 브로커에게 짜증을 낸 적이 있다. 제안을 받은 투수로서는 가운데로 던져 주고 실점하려고 했는데 범타가 나온 것이다”고 말했다.

프로배구에서는 특정 서브의 성공과 실패, 첫 블로킹, 첫 공격 아웃 등 단발성 조작에서 세트별 점수에 따른 경기 전체 승패 조작까지 있다. 프로배구에서는 주로 세트당 기준 득점 점수를 정해 놓고 조작이 이뤄진다. B 씨는 “최근에는 득점을 제대로 못하고 세트스코어 0-3으로 쉽게 지는 것은 너무 티가 나서 잘 하지 않는다”며 “요즘은 서브를 강하게 넣는 추세이다 보니 서브 실수 조작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박윤균 인턴기자 서울대 사회교육과 졸업
#불법#스포츠#승부조작#도박사#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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