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장마와 폭염이 이어지는 기간에 잇단 오보로 빈축을 샀던 기상청이 기상 예보 정확도 제고 대책을 밝혔다. 지구온난화로 기상이변이 현실화됐는데도 이를 예측하지 못한 무능력과 오보 책임을 폭염이 끝나고 인정한 것이다.
29일 기상청은 국무조정실과 기상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을 공개하면서 향후 10년 내에 비 예보 정확도를 3∼5%포인트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일반 비 예보 정확도(현재 92% 수준)와 장마 기간 비 예보 정확도(현재 85% 수준)를 각각 95%와 90%로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상청은 예보관 인력 풀을 확충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올여름 잇단 오보는 슈퍼컴퓨터 등 장비 문제가 아니라 기상이변을 분석하는 인력의 전문성이 떨어져서 발생한 문제라고 판단한 셈이다. 기상청은 내부 교육을 통해 기상이변 등을 심층 분석할 수 있는 고급 예보 인력을 현 10여 명에서 100명가량으로 늘릴 방침이다.
기상청은 비 예보만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단기 예보 전문분석관과 기온만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중기 예보 전문분석관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순환보직과 상관없이 정년까지 예보만 담당하는 평생예보관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 예보 경력이 20년 넘는 퇴직 기상청 공무원을 자문관으로 위촉해 현직 예보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또 예보관 역량에 따라 초급, 중급, 고급, 특급 4등급으로 나누는 ‘예보관 자격제’를 도입하고 직급에 맞는 교육을 한다는 방침을 아울러 내놓았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들이 기존 대책과 뚜렷한 차별성이 없고, 예보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은 상시 업무로 봐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고윤화 기상청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장마전선의 변화로 유례없이 길게 이어진 폭염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현상이었는데 이에 대한 사전 대비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기후 변화가 이렇게 빨리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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